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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mer Mar 18. 2024

프로이직러의 이야기(5)

8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개인 일정이 너무나도 많아 또 늦어버리고 말았다.

목표는 일주일에 하나의 글을 쓰는 것이었지만.. 글쓰기는 정말 어렵다.

그래도 하던 이야기는 마무리를 지어야 하기에 긴 이야기의 마지막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회사명을 직접 언급하기보다는 색으로 회사를 표현했으니 참고 바란다.

(대충 무슨 회사인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1) 일곱 번째 회사

드디어 내가 원하던 노란색 회사에 입성했다.

그리고 입사하기 전 당연히 이 회사에는 엄청난 실력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기대는 만족스럽진 않았다. 물론 전반적인 수준은 높았던 것 같지만 그렇다고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이전 중견기업에 더 잘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나는 회사에서 프로젝트 제안을 정말 많이 했다. 꼭 신규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기존 진행하던 프로젝트의 전략을 짜본다던지, 기획을 바꿔본다던지 다양한 시도를 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 심지어 마지막 회사에 갈 때는 매출에 어느 정도 기여했기에 이직할 때 매출에 기여하는 디자이너라고 자신 있게 자기소개서에 썼다.


6개월밖에 안 다닌 상태에서 연봉협상을 했는데 굉장히 만족스럽게 올릴 수 있었다. 거의 20프로 가까이 인상된 것을 보면 꽤 괜찮게 일을 했던 것 같다.

사실 한번 튕겼는데 언제나 그렇듯 내년에 더 많이 챙겨주겠다는 약속만 받은 채 물러서게 되었다.


그래도 여기는 포트폴리오를 쌓기에는 꽤 괜찮은 회사였다.

고객조사도 주기적으로 볼 수 있었고, 데이터도 내 맘대로 찾아볼 수 있었다. 문제가 있었다면 개발자들의 철벽정도..? 다행히 내가 있던 부서의 가장 상급자가 디자이너 출신이어서 조금 더 디자인에 힘이 있던 것 같기도 하다.




2) 이직 그리고 허세

사실 이직할 생각은 딱히 없었다.

그냥 우연히 초록회사의 공고가 뜬 걸 봤고, 포트폴리오는 기존 레이아웃과 스타일을 유지한 채 현 회사의 프로젝트만 추가하였다. 초록색 본사와 계열사 3곳에 지원했는데 3곳 다 서류 합격을 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현 직장에서 다들 잘한다고 칭찬해 주고, 심지어 서류 합격도 전부 되어버리니깐 자만심이 하늘을 찔렀던 것 같다.

이때 서류 합격한 회사는 초록회사의 본사, 계열사 2곳이었다. 같은 회사를 세 곳이나 동시에 붙은 것을 보면 본사와 계열사, 계열사와 계열사끼리 인사정보를 교류하진 않는 듯하다.


그렇게 첫 번째 면접날이 다가왔다.

당연히 나는 잘하는 사람이란 생각에 면접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래놓고 면접 끝나고 ‘잘 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왔다. 당연히 광탈했다.


그리고 두 번째 면접, 아직까지 정신 차리지 못하고 운이 없었다고만 생각했다.

과제를 5일을 줬는데 3일 만에 하고 제출한 후 면접까지 일주일의 기간 동안 한 번도 보지 않았다. 

면접 당일, 과제 리뷰를 하는데 내가 어떻게 과제를 만들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횡설수설했다. 

물론 여기도 광탈했다.


다행인지 두 번의 면접 광탈을 겪고 나서야 나는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마지막 본사 면접은 메모장에 준비를 빼곡하게 면접 준비 내용을 작성했다. 매일 몇 번씩 읽고 다 외우진 못하더라도 흐름을 익히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포트폴리오 리뷰도 어떻게 발표할지 준비했다.

자기소개와 질문으로 나올법한 내용, 포트폴리오 리뷰까지 텍스트로 메모장에 정리

본사 면접 후에는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나왔는데 약 3주 후 합격 메일을 받았다.

[ 서류 - 1차 면접 - 2차 면접 ]의 단계로 생각보다 프로세스가 많진 않았고 2차 면접에서도 비슷한 면접질문들이 오가서 비교적 쉽게 합격할 수 있었다.


입사 후 듣게 된 내용인데 준비를 많이 한 덕분인지 2차 면접을 진행했던 임원분이 굉장히 긍정적이게 봐주셔서 연봉 협상도 잘됐고 입사하기 전에 나에 대해 회사에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해주셨는지 시작부터 나쁘지 않게 시작한 것 같다.




3) 포트폴리오 준비

이직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이틀 걸렸다.

이틀밖에 안 걸린 이유는 나는 제안할 때 발표 장표를 만들어서 제안하는 게 이전 직장에서부터 습관화되어 있었다. 설득을 위해서는 가장 어필하기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정성, 정량적 데이터는 모두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였고, 레이아웃만 포트폴리오에 최적화하여 진행했다.


한번 포트폴리오를 잘 만들어 두면 몇 년은 크게 수정 안 하고 사용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는 이직을 위해 만드는 것도 좋지만 미리미리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해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4) 마지막 직장

현재는 초록 회사에 다니고 있다.

입사하기 전에 여기도 많은 기대가 있었다.

가서 욕먹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평소에 잘 읽지도 않던 책을 사고 읽었다. 하지만 어딜 가나 크게 다르진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현재 직장에 다닌 지 1년 반정도가 되었다.

프로이직러답게 슬슬 이직하고 싶은 생각이 슬금슬금 들지만 아직 그 정도로 문제가 있진 않기에 정말 좋은 기회가 아니라면 최대한 오래 다닐 생각이다.


물론 여기서도 다양한 문제는 있지만 다른 것들로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수준이고, 무엇보다 우리 팀의 리더가 정말 마음에 든다. 좋은 리더를 만나는 것도 복이라고 생각하는데, 난 참 운이 좋은 것 같다.

프로젝트도 아무 데서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아니기에 재밌게 일하고 있다.




5) 후기

"우리는 그냥 다 같은 평범한 디자이너이다."

IT 쪽에서는 탑기업이라고 불리는 두 개의 기업에서 느낀 생각이다. 

생각보다 환상적이지 않았고, 날고기는 사람들이 많지도 않았으며, 내가 일에서 얻는 만족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주변에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도 엄청 뛰어난 친구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마 모두가 꾸준히 포트폴리오 준비를 하면서 타이밍만 맞으면 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실력이 좋아서라기보다 많은 회사를 거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도 있었고, 그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더 좋은 곳을 찾아다녔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현재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가 불만족스럽더라도 다음 회사에선 그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해소해 줄 수 있는 회사를 찾는다면 분명 더 좋은 회사를 가게 될 것이다. 퇴사 후 이직하게 되면 급하게 직장을 구해서 또 같은 실수를 할 수도 있으니, 정말 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웬만해선 환승이직을 하길 바란다.


이후에 또 이직을 하게 된다면 6편을 올리겠지만 그러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재미없고 지루할 수 있지만 끝까지 읽어준 독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앞으로는 정말 유용한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다양한 글들을 올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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