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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태 Mar 23. 2023

“싸돌아 다님”의 미학

융합시대의 기업가 정신에 부쳐

‘싸돌아 다니다’의 사전적 정의는 ‘여기저기를 마구 돌아다니다’라는 의미이다. ‘싸돌아 다님’에 목적이나 목표가 없으면 ‘배회’ 또는 ‘방황’이 다. 그러나 목표와 목적이 있는 ‘싸돌아 다님’은 ‘비즈니스’이고 ‘열정’이다. 

존경하는 윤은기 회장(전aSSIST총장)이 자주 쓰는 말이 ‘싸돌아 다닌다’는 말이다.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를 위하여, 생각 정리를 위하여 또는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기 위하여 ‘싸돌아 다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글은 기업가 정신이 무엇이고 새로운 시대에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특히 융합 시대에는 왜 ‘싸돌아 다님’이 중요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변화의 속도


최근 모 일간지[1]에서 “졸면 죽는다”…AI기술 진화도 ‘속도전’이라는 기사 게재되었다. 그만큼 빠른 변화 속도를 의미한다. 개인용 컴퓨터가 책상 위에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 1994년부터이고 휴대폰을 손에 넣고 다니기 시작한 것도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면서부터이다. 


역산해 보면 불과 15년, 30년 전의 일이니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깜빡 ‘졸면 죽는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이와 같은 변화의 중심에 2023년 초부터 등장한 Chat GPT가 있다.  2023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2]의 화려함과 변화 양상에 놀란 것도 잠시 Chat GPT의 등장으로 CES 2023에서 발표된 모든 기술이나 변화들이 한꺼번에 묻혀버렸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받은 Chat GPT는 과거에도 있어 왔고, 근간이 되는 Chatbot 기술은 1966년 Joseph Weizenbaum이 만든 ELIZA에서부터 시작되었으니 최근에 갑자기 나타난 것도 아니다. 문제는 속도이다. Open AI 가 발표한 Chat GPT는 2017년 구글이 발표한 트랜스포머 (Transformer) 기술을 기반으로 12층의 트랜스포머를 쌓아 올린 Chat GPT를 발표한 것이 2018년이다. 2019년 Chat GPT-2, 2020년 Chat GPT-3, 2022년 Chat GPT 3.5에 이어 2023년 3월 Chat GPT 4.0까지 발표하는 등 무섭게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Chat GPT의 기술 기반은 구글의 ‘트랜스포머’라는 점이다. 2022년 7월 ‘인공지능이 영혼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구글 직원이 해고된 것을 통해 알게 된 것처럼 인공지능의 발전과 변화의 정점에 있는 기술은 구글이 가지고 있다. [3] 그런데 Chat GPT를 통해 초거대 인공지능을 세상에 알리고 주목받은 것은 Open AI라는 회사이다.  누가 먼저 가능성을 알고 어느 시점에 무엇을 시작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이제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넘어 제5차 산업혁명시대로의 서막이 코로나가 종식되면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구 최강 슈퍼컴퓨터보다 1000배 빠른 구글의 양자컴퓨터가 30년 이내 출시 될 것이라는 전망[4]과 

30년 후에는 AI의 IQ가 10,000이 된다고 주장한 손정의 회장의 예언[5]이 Chat GPT를 통해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다. 


이와 같은 변화와 복잡계의 시대, 융합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기업가 정신을 지향하고 추구해야 하는가?


기업가 정신의 발전

 

기업가 정신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회를 발견하고 이를 추구하며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구축하기 위한 태도와 행동 패턴이다. 그동안 기업가 정신의 다양한 학자에 의하여 정의되어 왔다. 


막스 베버(MaX Weber)로 부터 시작된 기업가 정신은 초기 ‘프로테스탄트 윤리’의 영향을 받아 신앙과 경제 활동 사이의 상관관계를 강조하며, 프로테스탄트 윤리는 개인적인 부의 추구와 동시에 적극적인 경제 활동을 촉진한다고 강조했다. 죠셉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기업가 정신을 ‘창조적 파괴력’으로 설명하였다.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의 도입으로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의 핵심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오늘날 기업가 정신의 효시를 이루고 있다. 이후 리처드 코크스(Richard Cocks)는 기업가 정신을 ‘사회적 창조주의’로, 필립 듀르커(Philip Ducker)는 기업가 정신을 ‘창의성’으로, 존 배틀리(John Battelle)는 기업가 정신을 ‘디지털 혁신’으로 설명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에 대하여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주장은 피터 드러커(Peter Durcker)다. 그는 "기업가 정신의 혁명"을 통하여 기업가 정신이란, 기업의 창조적인 역량을 발휘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하였다. 기업가 정신은 단순히 기술적인 혁신뿐 아니라 조직 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까지 주장한 위대한 학자들의 기업가 정신이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복잡계 현상 속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인가?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시대에 맞춰 기업가 정신을 새롭게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가 정신의 변화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과거의 기업가 정신은 대부분 독자적인 사업을 창출하고자 하는 개인의 의지와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이들은 자신의 열정과 노력으로 스스로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며, 자금을 조달하고,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출시하는 등 모든 과정을 스스로 수행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가는 개인적인 용기와 도전정신, 창의성,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림 1] 기업가 정신의 변화


                                                   

그러나 최근의 기업가 정신은 기술적인 창의성, 사회적 가치 창출, 협력과 융합 등 다양한 측면에서 요구된다. 다양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성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현재의 기업가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가에게는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과 책임감이 요구된다. 다른 산업 분야와 협력하여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의 협력과 융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과 지식을 결합하여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능력과 인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업가 정신을 키울 것인가?


 기업가에게 필요한 역량과 태도


기업가에게 필요한 역량과 태도는 다양하다. 특히 창의성과 독창성, 대인관계, 공감 능력, 결단력, 추진력, 리더십 등은 기업가 정신의 기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창의성과 독창성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인이다. 이를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굳은 의지와 대인관계가 필요하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시도와 인내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대인관계 능력이 뛰어나며, 이를 통해 파트너십과 협력을 통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기업가는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업가는 소비자나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기업가들은 항상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기업가에게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빠르고 효과적인 결정을 내리는 결단 능력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시장에서 경쟁에 이기기 위해 빠른 판단과 행동이 필요하다. 결단력을 가진 기업가들은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며 그에 따른 전략을 수립하여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추진력은 결심하고 진행하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끈기를 의미한다. 그러나 기업가에게 있어 지나치게 강한 추진력은 자칫 방향성을 유지하기 위한 고집이 될 수 있다. 환경은 늘 변하기 때문에 본질은 유지하되 지속적인 유연성을 갖지 않으면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기업가들은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구축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기업가에게는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리더십은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우수한 인재를 모집하며, 조직 구성과 운영, 리스크 관리 등을 적절히 수행하는 능력을 의미하므로 리더십을 통해 조직의 성과를 높이고,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구축해 나가는 능력이다. 


지금까지 기업가들은 위에서 살펴본 능력과 태도로 비즈니스를 일으키고 유지하고 발전시켜 왔다. 그런데 빠르게 변하는 복잡계 시대에도 이것으로 충분한 것인가? 


융합시대 기업가 정신


앞서 제시한 기업가 정신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유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빠른 기술 변화 속에서 과거의 기업가 정신과 태도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최근 Chat GPT의 등장과 MZ세대와의 괴리 및 갈등으로 인하여 기성세대들이 자조적으로 내뱉는 말이 있다. ‘ 아, 이제 우리는 무엇을 먹고살아야 하는가?’ ‘ 일찍 태어나길 잘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말은 기업가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말이다. 기업가 정신에 기반한다면 지금이 기회인 것이다. 기회는 변화, 변화 중에서도 ‘위기’가 없으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 위기는 위험(Crisis)과 기회(Chance)의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그림 2] 위기란



위기에서 어떻게 기회를 찾아내고 비즈니스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 융합 시대이며 동시에 복잡계 시대인 지금 기업가에게 필요한 정신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먼저, ‘다양한 경험’이다. 일명 ‘싸돌아 다니기’이다. 다양한 경험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거나 알지 못하는 것에 나를 노출시켜야 한다. 이미 알고 있거나 모두가 동의하는 곳에는 더 이상 기회가 없거나 기회가 있다 하더라도 이미 성숙기 또는 조만간 쇠퇴기에 들어갈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다. 나도 알고 있고 동시에 상대방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과 관계가 적은 곳에서 새로움을 찾아야 한다. 관계가 적은 곳, 그동안 몰랐던 것을 알기 위한 것이 바로 ‘싸돌아 다니기’이다. 


둘째는 ‘버리기’이다. 예를 들어 Chat GPT를 이루는 거대 인공지능에 맞먹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도전하는 것은 무모하다.  지금 시작하면 늦을 수도 있다. 앞서가고 있는 것을 지나치게 따라가려는 것은 이미 늦은 출발점에서 시작하여 상대를 앞질러보겠다는 전략이다. 나의 약점을 극복하고 상대의 강점까지 뛰어넘겠다는 무모한(?) 전략이다. 나의 약점은 버려야 한다. 내가 가지고 강점을 찾아서 그 강점을 더 키워서 따라간다 해도 벅찰 만큼 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상대의 강점을 활용하고 나의 강점을 얹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Chat GPT의 기술을 지금 시작해서 뛰어넘기 힘들다. 버리고 응용할 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폰에서 활용되는 어플이라고 전부 애플이 만든 것이 아니고, 갤럭시에서 운용되는 어플이라고 모두 삼성에서 만든 것이 아니다. 그들의 기술에 나의 장점을 더하여 만든 어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는 ‘섞기’이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차별화 방법이 섞는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것으로는 백전백패이거나 어려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전혀 새로운 것이거나 한 번도 만나지 않은 것을 섞을 때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진다. ‘싸돌아 다닌’ 다양한 경험을 섞어서 제3의 융합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하버드대학보다도 더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급부상한 마네르바 스쿨의 운영 방식이 섞기를 지양하고 미래를 도모하는 도전인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넷째 ‘이익 만들기’이다. 기업가의 최종 목표는 이익 만들기이다. 소비자든, 주주든, 기성세대든, MZ세대든 공정이든, 형평이든 결국 비즈니스는 돌고 돌아 그것이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이익의 형태가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만족감이나 보람이든 상관없다 넓게 보면 모두 이익이다. 그러므로 기업가는 끝없이 이익을 추구하는 자세를 지향해야 한다. 


끝으로 ‘선한 영향력’이다. 기업가는 리더이다. 리더에게는 일반인보다 더 큰 영향력이 있다. 그 영향력이 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 그것이 이 사회에 대한 보답이고 미래를 향한 바람직한 인재상이기 때문이다. 선한 영향력이 클수록 지속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끝.
 



          



[1] 서울경제, 2023. 3. 26일 자


[2] CES : Consumer Electronics Show(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is the world’s gathering place for all who thrive on the business of consumer technologies.


[3] 조선일보, 2023. 7. 23일 자


[4] 조선일보, 2021. 5. 15일 자


[5]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있었던 미래투자이니셔티브 회동(2017. 10. 26)에서 손정의 회장이 주장한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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