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언니가 나를 보며 하는 말이.
"넌 좀 동글동글하게 살아. 지금 세상은 복잡하게 생각을 많이 하고 살 필요가 없어."
언니는 유난히 성격이 좋았다. 내가 전전긍긍해할 때 언니는 늘 그러려니 했다.
이번에도 역시 동글동글하게 살라며 허를 찌른다.
사회생활 6개월 차.
요즘 나는..
나와 상대의 다른 점 그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완전히 나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레이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가 있다.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사람이 그립고, 같이 있으면 또 귀찮고.. 요즘 생활은 그렇다.
감사가 끝나고 나서 나의 멘틀이 탈탈 털려 버렸다.
내가 이렇게 무능력한 사람이고라고 자책을 하며 무기력하게 보냈던 것 같다.
감사의 중간에 내가 위치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웠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더욱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회피하면서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 탓만 반복하면서..
그렇게 나를 지키기 위해 다분하게 노력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의 30대는 육아를 하면서 흘려보냈다. 그런 내게 벌써 40대가 찾아왔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랐고 남편도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얘기한다.
"저는 이제 달릴 거예요. 남들은 30대에 직장 생활하며 공부도 하고 커리어를 쌓았지만 저는 그렇게 못했어요. 이제 아이들도 많이 커서 제 할 일을 시작할 수 있어요. 저는 이제부터 제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거예요."
사실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진심이다. 지금 나의 삶에 사실은 진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바라보며 더욱 아려오는 것 같다. 왜 그렇게 밖에 못하냐고..
이번에도 나는 나의 편을 들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온전히 나를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을까.
늘 고민하는 문제이고 늘 해결이 안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더욱더 수면 위로 드러나는 나의 고민들.
요새 나는 어떤 고민으로 잠을 못 이루는 걸까.
1. 내 업무에 대한 역량 부족
간호 우울증에 빠진 나는 늘 부족하단 생각을 한다. 늘 내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닐까.
내가 잘 몰라서 그런 게 아닐까. 확인하고 또 확인해도 나는 늘 내가 부족해 보인다.
2. 관계에 대한 불안
집단에서 항상 문제가 되어 왔던 나의 개인주의 성향.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유의 집단 성향들은 사실 나랑 너무 안 맞는다.
나는 개인주의가 심한 사람이고 혼자서 하는 일이 더욱 강하다.
왜 굳이 함께 밥을 먹어야 하고 왜 굳이 함께 어울려야 하는 걸까.
이런 고민은 이제 좀 그만하고 싶다.
"동글동글하게 살아. 너는 생각이 너무 많아. "
요사이 제일 많이 와닿았던 말.
제일 수정하고 싶지만 수정이 되지 않고.
받아들이고 싶지만 제일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
40대가 되어도 여전히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나는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냥 이대로 살아가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