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이너들의 유학생활 이야기 (2)
미국 UX 디자이너들의 유학생활 썰(Part 1)에 이어 2편을 업로드합니다. 1년 차 적응기가 지나고 시작된 인턴십, 그리고 남은 2년 차를 각자 어떻게 보냈는지 Alice, EJ, Jay 셋의 경험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Jay: 다들 인턴쉽은 재미있었어? 나는 UX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디자인 인턴쉽을 했었어. 리서처와 비쥬얼 디자이너와 함께 한 팀을 꾸려서 두 달 동안 프로보노 프로젝트를 맡아서 했거든. UX 디자이너로서 정말 이상적인 세팅이었던 것 같아. 특히 리서처와 가깝게 협업하면서 학교에서 배운 사용자 중심 디자인 프로세스가 실제로 어떻게 쓰일 수 있고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 볼 수 있는 너무 소중한 경험이었어.
EJ: 저는 G사에서 여름 인턴십을 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힘든 기억들이 망각되어서 그런가..?(껄껄)ㅎㅎㅎ 팀마다 다르고 인턴마다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한 가지 큰 주제로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개발 직전 단계까지 디벨롭을 해야 했어요. 저도 학교에서 배운 사용자 중심 디자인 프로세스와 PM 스킬을 적용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 회사에서 오히려 매일 스피킹을 하고 프레젠테이션 연습이 더 빡세게 되어서 영어가 더 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ㅎㅎ
Alice: EJ는 재미있게 했다니 정말 좋네. 나는 F사에서 인턴십을 했는데 사실 힘들었던 기억만 거진 남아있거든 ㅋㅋ 일단 이 회사의 인턴십이 엄청 빡빡하기로 유명하기도 하고, 내 인턴 매니저가 업무능력이 굉장한 사람이어서 기대치도 엄청 높았거든. 그치만 진짜 빨리 배우고 많이 늘었어. 빅테크에서는 디자이너가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하는구나, 하는 체계를 굉장히 잘 배웠다고 생각해.
Jay: 와 정말 부담감이 장난 아니었겠는걸. 아, 그러고 보니 맡았던 과제가 궁금한걸? 프로젝트 스코프나 타입에 대해 조금만 말해줄 수 있어?
Alice: 나는 인턴십 첫 2주 동안에 적응과정을 위한 스타터 프로젝트가 2주 있었고, 나머지 7-8주 정도 되는 기간에는 메인 프로젝트를 했는데, 리서치, 디자인, 유저테스팅까지 전부 진행하는 프로젝트였어. 스타터 프로젝트는 디자인을 완성하고 나서 엔지니어들과 협업해서 인턴십이 끝나기 전에 곧바로 런칭하는 경험도 했던 게 기억에 남아.
Jay: 나는 시애틀에 오피스가 있었고 선택적으로 출근하면 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었어. 참, 시애틀 베이스 회사이다 보니 UW HCDE 과정이 시애틀 UX 씬에서 존재감이 크고 얼룸나이도 많다 보니 네크워킹할 때 훨씬 편하고 자신감이 생기더라구. 홈타운인 시애틀에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 UW 과정의 큰 장점이라고 또 한 번 느꼈어.
Alice: 회사 오피스에 나가 본 경험이 정말 좋았겠다! 나는 뉴욕 오피스 소속이었는데 코비드가 터져서 시애틀 집에서 풀 리모트로 하는 형식으로 바뀌었어. 원래 오리엔테이션은 모든 인턴들이 모여서 베이의 캠퍼스에서 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결국 취소됐고... 그래서 다른 인턴들이나 팀원들을 실제로 만나보지 못했던 게 많이 아쉬웠어 ㅠㅠ
Jay: 그러게, 그런 오프사이트 이벤트나 본사 투어가 빅테크 인턴쉽으로 얻는 재미난 추억 중 하나일 텐데 아쉬움이 너무 컸겠다. ㅠㅠ
EJ: 저도 코로나가 피크였던 시기였어서 기숙사에서 리모트로 일을 했어요. 오피스에 직접 가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회사 인턴 팀이 이런저런 swag(기념품?)들을 보내주고 재밌는 활동들이랑 세미나들을 리모트로 많이 제공해줘서 그래도 꽤 즐겁게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Jay: 나는 오피스가 시애틀에 있었다 보니 바쁘긴 했지만 나름 직장인으로서의 소소한 행복을 즐겼던 것 같아. 회사 행사로 호숫가에서 바비큐 파티도 하고 동료들이랑 점심 식사 후 커피 들고 워터프런트 산책도 하고 말이야.
Jay: 내 파이널 프레젠테이션은 두 가지 타입이었어. 하나는 클라이언트 파이널 리포트, 다른 하나는 전사적으로 인턴쉽을 마무리하면서 하는 행사. 첫 번째는 클라이언트에게 하는 마지막 리포트여서 그들에게 도움 되는 인싸이트와 파이널 딜리버러블을 잘 전달하는 데에 집중해서 했었고, 두 번째는 프레젠테이션은 오피스에서 다 같이 모여서 했었는데 뭔가 멘토들과 다 같이 축하하면서 기분 좋게 인턴쉽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이벤트 같은 분위기라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편안하고 즐겁게 했었어.
Alice: 나는 12주의 인턴십 중 10주 차에 모든 인턴들의 파이널 프레젠테이션이 스케줄 되어 있었어. 그리고 이게 풀타임 오퍼 여부 평가를 받는데 꽤 큰 영향을 미치는 느낌이었어서 엄청 걱정하면서 준비를 했어. 내 매니저가 하나하나 도와주고 부족한 내 영어도 손봐줘서 감동했고 고마웠지 ㅠㅠ 다행히 잘 마쳤던 것 같아.
Jay: 너무 좋다. 인턴쉽은 특히 풀타임 오퍼까지 나를 이끌어주고 푸시해줄 좋은 매니저 만나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아. EJ는 어땠어?
EJ: 저는 인턴십이 총 13주였는데 마지막 주에 파이널 프레젠테이션을 했어요. 당시 마지막 주에 ppt 슬라이드 만드는 것과 발표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었어요. 발표날 여러 스테이크홀더도 참관하셔서 같이 프레젠테이션을 들으러 오셔서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 좋은 피드백을 들어서 마음이 놓였던 기억이 나요. 저도 그때 정말 좋은 매니저를 만나서 짧은 시간 안에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것 같아요.
Jay: 나는 파이널 프레젠테이션 전에 풀타임 오퍼를 받았었거든. 평가받는다는 느낌이 없어서 프레젠테이션을 더 편안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 난 인턴쉽했던 회사도 너무 좋았고, 컨설팅 업이 바쁘지만 재미있고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오퍼를 받고 기뻤었어. 하지만 인하우스 디자이너로서의 경험도 해보고 커리어 패스를 결정하고 싶어서 아쉬운 마음으로 거절하고 나왔었지.
Alice: 나는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후 인턴십이 끝나기 1주일 전에 일종의 풀타임 버벌 오퍼를 받았어. 그런데 코비드 상황 때문에 부서별 최종 헤드카운트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면서 기다리라고 했지. 그리고 두 달 기다리고 나서 오퍼를 줄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어. ㅠㅠ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다시 풀타임 오퍼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었지.
EJ: 저는 인턴십 발표 이후 두 달 뒤 즈음 풀타임 오퍼를 받았어요. G사에선 인턴에서 풀타임으로 전환 시 다른 팀 디자이너로부터 두 번의 추가 인터뷰를 보고 통과를 해야 해요. 그런데 그 해에 코로나 때문에 워낙 UX 디자인 인턴 자체를 적게 뽑았어서 그런지 퍼포먼스 리뷰 후 특별한 이슈가 없으면 추가 인터뷰를 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턴십 마지막 주에 매니저랑 다른 팀사람들이랑 풀타임 인터뷰 연습을 서너 번 하고 그랬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추가 인터뷰 없이 풀타임으로 전환이 되었어요.
Alice: 2년 차 때의 수업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ㅎㅎ 1년 차 때와는 달랐던 게 있었을까?
Jay: 1년 차 때 필수 과목을 끝내놓고 2년 차 때는 남아있는 선택과목들 중 관심 있는 수업을 들었던 것 같아. 참, 인터내셔널 학생들이 특히 1,2년 차 차이가 클 것 같아. 비자 때문에 1년 차 때 풀로 학점을 채워서 듣는데 그러고 나면 2년 차 때는 수업 수가 확연하게 줄어서 훨씬 여유롭게 학교 생활을 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
Alice: 맞아 맞아. 특히 2년 차 첫 가을 학기에는 인터네셔널 학생들도 수업 크레딧을 4학점만 들을 수가 있어서, 나는 듣고 싶었던 인터렉션 디자인 수업을 들으면서 힐링하는 시간이 되었었어. 2년 차 때에는 정해진 필수과목이 없어서 좀 더 재밌고 관심 있고 졸업 전에 더 배워보고 싶은 것 위주로 들으면서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
EJ: 저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확실히 훨씬 더 1년 차보단 여유로운 느낌ㅎㅎㅎ
Alice: 다들 2년 차때 여유롭다보니, 친구들이 이곳저곳에서 단기 계약직 자리를 얻어서 하더라고. 나도 그걸 보고 용돈을 좀 벌어보려고 알아봤었어. 그런데 내가 1년째 참여하고 있던 타과 디자인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거기서 작지만 stipend를 준다고 해서, 풀타임 정규직 취업에 집중하려고 결국 다른 곳이랑 계약을 하지 않고 그 프로젝트만 계속하면서 지내게 되었어. 상반기에 오퍼를 받고 난 뒤에는 M사 계약직 기회랑 연결이 몇 번 되었었는데 아쉽게도 CPT 신청 기간이 안 맞거나 내 새 인턴십 기간이랑 겹쳐서 결국 해 보진 못했어.
EJ: 저는 2년 차 spring break에 학교 연계 스타트업에서 작은 인턴십을 같이 했어요. 간단한 UI 설계와 프로토타이핑 작업이었어서 적당히 여유롭고 좋았어요.
Jay: 결국 2년 차 과정의 메인 키워드는 아무래도 캡스톤 프로젝트와 풀타임 정규직 잡서칭이겠지? 먼저 캡스톤은 다들 어땠어?
Alice: 나는 내가 여태까지 별로 안 해본 제품이거나 앞으로도 못해볼 것 같은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었어. 그동안은 인턴십이나 학교 수업에서 주로 데스크탑 앱/웹 디자인을 했었기 때문에 모바일 앱, 그리고 B2C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어.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하는 항공사 앱 프로젝트였는데, 스폰서 컨택팀이 디자인 팀이 아니라 리서치 팀이어서 그랬는지 리서치를 엄청 많이 하고 디자인적으로는 내가 원하는 만큼 깊이 있게는 못 했던 것 같아. 그래도 나름 마음에 드는 프로젝트였고 팀원들과 합도 좋아서 재미있게 마친 것 같아.
Jay: 오 그랬구나. 맞아 스폰서가 원하는 딜리버러블과 내 목표가 맞지 않을 수 있지. 나는 친한 친구들과 캡스톤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는데 다들 열정 넘치고 똑똑한 친구들이라 즐겁게 했었어. 우리 스폰서는 커뮤니티 베이스의 공동육아를 돕는 앱을 만들고자 하는 싱글맘이었거든. 보통은 포트폴리오에 타이틀을 박을 수 있는 빅테크 기업 프로젝트가 인기가 많긴 한데.. 나는 학교에 있을 때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최대한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오히려 좋았던 것 같아.
EJ: 저흰 처음에 매칭되었던 스폰서를 저희가 드롭했어요. 그 스폰서는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저희는 캡스톤 첫 번째 쿼터 말에 완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었죠. 결국 스폰서 없이 자체 프로젝트를 하기로 해서 그냥 팀원들과 서로 마음 맞는 주제를 정해서 캡스톤을 하게 되었어요. 장점은 상상의 나라를 펼쳐 제약 없이 디자인을 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팀원들끼리 마지막 결과물의 퀄리티 레벨 등에 대한 의견 차이와 기여하고 싶은 노력의 정도에 차이가 있었어서 마지막에 전.. 하얀 재가 되었던 것 같네요..
Jay: 캡스톤 프로젝트는 쇼케이스는 다들 리모트로 했었나? 포스터 세션 행사 없이 졸업하는 것이 좀 허전하긴 했지만 인터랙티브 프로토타입 시연도 하고 디자인 프로세스 비디오도 만들어보고.. 오히려 버츄얼 이벤트여서 새롭게 시도할 수 있었던 재미난 작업들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되어.
Alice: 나도 Jay 언니랑 같이 리모트였지. 모든 초대손님들이 온라인으로 접속해서 구경을 오니까, 온라인용 포스터를 만들어서 Miro에 전시를 하는 경험이 새롭고 재미있었어!
EJ: 저는 오프라인으로 했었어요! 학부 캡스톤이랑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정말 한국 지하철 2호선 출근길 느낌으로 많이 왔었어요. 구경 오시는 분들의 전환이 빨라서 저도 이 프로젝트를 최대한 2~3분 정도로 짧고 굵게 말하려고 했죠. 근데 하도 똑같은 말을 몇 시간 동안 계속 반복해서 그런지 침샘이 바짝 다 마르는 기분이었어요.ㅎㅎㅎ
Alice: Jay 언니의 풀타임 취업 준비는 어땠나요?
Jay: 나는 사정상 1년 차 때 여름 인턴쉽을 못해서 2년 차 때도 인턴쉽과 컨트랙터 잡을 계속 구하고 있었어. 바로 풀타임을 구해보려고도 했는데 대부분의 2년 차 학생들은 인턴쉽 경험이 있고 나는 UX관련 프로페셔널 경력이 전혀 없다 보니 서류통과부터 힘들었던 것 같아. 레쥬메상 하나씩 빌드해 나가야겠더라고.
Alice: 나는 결국 풀타임 리턴 오퍼가 안 나와서 처음부터 다시 잡을 구해야 했는데, 시장이 너무 얼어서 1월 초까지 공고가 정말 하나도 안 떴던 기억이 나 ㅜㅜ 시애틀 지역에서 오프닝 자체를 찾기가 너무 힘들어서 나중엔 베이 지역이나 다른 곳으로 가서 남편이랑 월말부부 해야 하나 고민을 했었어... 그래도 2-3월 지나면서 좀 상황이 나아졌던 것 같고, 나는 당시 풀 리모트인 환경이 1순위로 중요한 점이었어서 여러 가지를 고려하다가 지금 회사에서 준 인턴십 오퍼를 수락했어. 이곳에서 풀타임으로 전환될 생각을 하고 다른 풀타임을 더 찾지는 않았는데 그 점에 약간은 후회를 (웃음)
Jay: 아 그 마음 너무 알겠어. 나는 풀 리모트 환경을 찾다가 찾다가 한국 스타트업 면접까지 보게 되었거든. 풀타임 오퍼를 받긴 했는데, 아직 여기에서의 기회를 포기하긴 너무 이른 것 같아서 고사하고 리모트 혹은 시애틀 베이스의 인턴쉽을 더 알아봤었지.
Jay: 나는 버츄얼 졸업식으로 대체되어서 좀 아쉬웠어. 영화에서 봐오던 미국대학교의 졸업식을 가보고 싶었거든. ㅎㅎ 그래도 가족, 친구들이랑 포토그래퍼 세션도 가지고 졸업식 당일에는 친한 동기들이랑 다 같이 모여서 파티도 하면서 재미나게 보냈지.
Alice: 나도 친구네 루프탑에 가서 다 같이 유튜브 스트리밍을 보면서 파티했어. 직접 졸업식장에 가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래도 즐겁게 보냈어 :)
EJ: 저는 오프라인으로 했어요. 졸업식이 두 개 있었는데, 먼저 HCDE 학부 + 대학원 석사 + 박사생들이 다 함께하는 HCDE 과 졸업식이 있었고 그리고 UW학교 차원에서 하는 큰 졸업식이 있었어요. 저는 과 졸업식을 가서 열심히 사진 찍고 하는 시간을 보냈답니다 ㅎㅎㅎ
저희의 여름 인턴십, 그리고 2년 차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후로는 미국 UX 디자인 유학취업 가이드 매거진에서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에서 주제를 조금 바꾸어, 취업준비에 대한 가이드가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 UX 대학원 학교 생활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댓글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