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식품, 건강기능식품 악성 재고의 폐기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임동현입니다.
어쩌다보니 또.. 1년 만에 돌아왔네요. 올해야 말로 작년보다 더 많은 글을 발행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에 준비한 이야기는 이커머스 부진 재고 처리 방법에 대한 내용입니다.
판매가 되지 못하고 처리가 곤란해진 재고를 부르는 말은 많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부진 재고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현장에서는 부진 재고뿐만 아니라 악성 재고, 유통기한 임박 상품, 과다 재고, 불용 재고, 과잉 재고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합니다.
부진 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하나로 귀결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팔리지 못한 것입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 판매 예측을 잘못해서 과잉 생산을 했거나, 예측은 잘했는데 시장에서 좋지 못한 이슈를 만났거나,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됐거나 혹은 프로젝트 자체를 종료하게 됐거나 등 꼭 누구 한 명의 잘못이라고 꼬집기에는 어렵습니다. 결론은 애물단지가 하나 생겼다는 것.
누군가는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미 손해는 확정입니다.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은 "그 손해를 어느 정도로 줄일 수 있는가?"입니다. 저 역시 몇 개의 상품을 폐기한 적이 있습니다.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상품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갈 때마다 고민이 많았습니다. 당시에 제가 내렸던 결정들이 꼭 완벽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도움이 필요하신 분이 어딘가에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고민이 덜어지고, 시행착오가 최대한 줄어들기를 바라봅니다.
부진 재고(악성 재고)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글은 많습니다. 온엠디 매거진에서 발행한 컨텐츠를 비롯하여 저 역시 인터넷에서 몇 가지 아티클을 검색해 읽었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도움이 될만한 내용은 많이 없었습니다. 물론 방법론 자체는 옳습니다. 가격을 할인하라. 도매의 도매로 내보내라. 사은품으로 활용해라. 랜덤박스 이벤트를 해라 등 타당치 못한 내용은 없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비교적 넉넉하게 남은 상황에서는 이러한 방법으로 충분히 파훼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는 최악의 상황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정상적으로 상품을 운용했다면, 상품이 판매되는 동안 결말을 감지하는 몇 가지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그때마다 여러 방법을 총동원해서 나쁜 결말을 피하고자 노력하셨을 텐데요. 그런데도 잘 되지 못한 상황일 것입니다.
못 쓰게 된 재고는 말 그대로 팔지도 못하기 때문에 처리하는 것도 비용입니다. 어떤 선택에 따라 얼마의 비용이 들고, 어떤 시점에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참고로 식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유통기한이 분명한 카테고리를 기준으로 작성함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유통기한이 제조일로부터 2년인 상품을 판매할 때, 우리가 실제로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은 몇 개월 정도 될까요? 유통기한이 2년이니까 2년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분명히 계실 겁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아래의 기간을 추가로 감안해야 합니다.
제조사에서 생산이 끝나고 실제 입고되기까지 약 1개월
소비자에게 보증하는 최소의 유통기한 잔량, 약 6개월 (3개월로 보기도 합니다)
상품 등록 등 상품 판매 준비 기간 약 1개월(더 길 수도 있습니다)
생각나는 것만 적었는데도 벌써 8개월이 날아갔습니다. "소비자에게 보증하는 최소의 유통기한 잔량"을 3개월로 줄인다고 해도 5개월 내지 반년에 가까운 시간은 없는 셈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가 판매할 수 있는 시간은 1년 반 정도 밖에는 되지 않다는 거죠. 본 셈에서 "유통기한이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품을 보내다니 당장 반품해!" 라는 클레임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그건 일단 뒤로 미뤄두겠습니다.
1년 반이라는 시간을 일(day)로 가볍게 환산해 보겠습니다. 547일 정도 됩니다. 건기식을 5,000세트 생산했다 치면, 하루에 9~10개 세트는 팔아줘야 수지가 겨우 맞습니다. 사실 시장도 괜찮고, 광고 역량과 광고비(자본)가 뒷받침되는 상황이라면 하루에 9~10개 정도는 우습습니다. 3개월 만에 몇만 개가 나가기도 하는 게 커머스 판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대형 업체, 히트 상품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이제는 감이 오실 겁니다. 대부분의 커머스가 그렇게 재고를 떠 안은 채 실패하게 됩니다.
마지막 상황에서 부진 재고를 처리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3가지입니다.
1. 폐기한다
2. 떨이(헐값에 처분)한다
3.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업체와 거래한다
2번과 3번은 비슷해 보이지만 손해를 줄이는 관점(이익 보전)에서는 차이가 큽니다. 게다가 2번은 비교적 쉽지만, 3번은 많이 어렵습니다. 운이 많이 따라줘야 합니다. 실제 사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품목 : 반려동물 영양제
상황 : 해당 브랜드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기로 했음
남은 재고 : 약 300개
결과 : 오프라인 거래처인 대형 동물병원에서 행사 가격으로 매입, 완판하여 해결
정리하면 간단해 보이지만 본 방법에는 조건 몇 가지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첫 번째로 판매중단 사유 자체가 상품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크릴오일 사태처럼 상품에 문제가 있었던 거라면 매입처 자체가 없었을 겁니다. 만약 있더라도 거래가 철회될 가능성이 높았을 겁니다.
두 번째로는 부진 재고 자체가 많지 않았습니다. '많지 않다'는 기준은 상황마다 다르겠습니다만, 만약 부진 재고가 500개, 1천 개 단위로 넘어갔다면 해당 동물병원이 아무리 대형 병원이더라도 많이 망설이게 되었을 겁니다. 게다가 많은 양을 어떻게 납품할 건지 등 물류 문제도 충분히 예상됩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정기 납품 거래로 신뢰를 쌓아둔 대형 동물병원의 존재입니다. 기존 커넥션이 없었다면 뜬금없이 영업을 한다고 해서 거래가 성사가 될 리 만무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컨텐츠에서는 '폐기 한다'와 '헐값에 처분한다' 이 두 가지 방법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폐기' 방법에는 폐기 전문 업체(혹은 물류센터)에 폐기를 요청하거나 자체적으로 폐기하는 선택지가 있고, 두 번째 '헐값에 처분' 방법에는 대량 매입과 입점(위탁 배송) 계약 선택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