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료료야. 사실 료인데 두 글자 이상 적어라고 해서 료료가 되어버렸어. 어이없지? 그런데 적고 나니 또 귀엽더라? 내가 좋아하는 건 그냥 이렇게 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거야. 나이는 올해로.... 잠시 있어봐. 언제부터인지 나이 계산하는 게 쉽지가 않아. 거기에 만 나이 계산이라니. 포털 사이트에 만 나이 계산이라고 검색을 해봐. 아주 정확히 알려줘. 여전히 만 사십 세였네? 몇 년 전부터 벌써 사십 대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사십이라고? 알다가도 모를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왜 반말하냐고? 그래야 편해. 내가 편하면 너도 편하지 않을까? 말 안 거는 게 더 편하다고?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야기 좀 들어줘. 오늘 남편이랑 대화하다가 말문이 뚝뚝 끊겨서 속이 좀 답답했었어. 아! 물론 나쁜 사람은 아니야. 내가 무슨 말하는지 알지? 아....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맞아. 이제 만 사십이야. 반가워! 나보다 어리거나 많거나 동갑이거나 나이 따위는 상관없는 모두야.
브런치 작가가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 메일로 처음 소식을 받았을 때는 정말 놀랐던 것 같아. 기억으론 칠 년 정도? 전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는데 떨어져 버렸었거든. 생각해 보니 글 개수도 맞추지 않고, 목차도 설명도 성의가 없었던 게 분명해. 그런데 될까 봐 기대를 조금은 했었던 거 같기도 해. 여기서 나를 알 수가 있어. 터무니없는 소리를 잘하는 거. 지금도 너무 재밌는 거 발견했어. 국어사전에 터무니없다가 정확히 어떤 뜻일까 찾아봤어. 사투리가 나오는데 지역마다 말투가 너무 귀여운 거 있지? 잘 봐.
'터무니움따(강원)' '터무니음따(강원)' '터무니엄따(강원)'
터무니움따.... 너무 재밌지 않아? 움따라니! 엄따라니! 뭔가 정겹기도 한 것 같아. 나의 출생지가 경상도라서 그럴까? 삼천포에서 태어나고, 부산에서 쭈욱 살았거든. 사투리를 들으면 정겨운 느낌이야. 현재 사는 동네는 충청도라 경상도 사투리 들을 일이 남편과 대화에서 말고는 없어. 아. 남편도 부산 사람이야. 혹시 브런치를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우리는 부산에서 처음 만났었어. 만남의 현장은 지하철 안이었거든. 궁금해지면 '그가 바라본 나비의 얼굴'에서 찾아봐. 안 궁금해도 한번 봐봐. 재밌을 수 있어. 한번 봐줄래? 사실 부탁하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네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그 글도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이야기해 보는 거야. 그냥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까.
모든 게 희로애락 때문이야
이 글을 적게 된 건 다 희로애락 때문이야.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하지만 사실이야. 동네 언니들과 어쩌다 갑자기 독서와 글쓰기를 같이 하는 모임을 하게 되었어. 매주 한 번 화상으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거지. 이번 주가 이주 차였어. 매주 글 하나를 쓰는 데 주제 없이 쓰면 통일성이 없으니 희로애락으로 우선 '희'부터 적어라고 하더라고. 기쁨과 즐거움에 대해 적어야 된다고 했어. 적으면서 생각했는데 나 지금 기뻐. 즐거워. 끝. 이렇게 적으면 혼날 거 같아. 그렇지? 그런데 생각해 보니 자기소개를 제대로 적은 적이 없어! 나 지금 되게 뿌듯해! 숙제도 하고, 브런치에 자기소개도 올릴 수 있고 말이야. 이렇게 기록해 두면 나중에 나에 대한 생각을 보며 좀 더 웃을 수 있고, 누군가는 좀 더 나를 더 알아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즐겁고, 기쁜 거야!
좋았어. 이번 주제의 기쁨은 자기소개야. 나를 소개하는 게 기뻐. 생각해 봐. 일단 소개해야 한다는 일은 새로운 상황에 놓인 거잖아? 그렇다면 흥미로운 어떤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거지. 생각만 해도 두근거리잖아. 과정과 결과가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지만 기대하게 된다는 거야. 그렇게 간다는 거야. 하지만 늘 기쁨과 즐거움만이 존재하는 건 아닐 거야. 알고 있어. 미리 그런 일을 염두에 두고 싶지 않아. 이제 사십인데 자연스럽게 그 정도쯤은 짬밥이 있지 않겠어? 짬빱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해 봐. 아. 이렇게 사용하게 되는구나. 역시 나 짬밥이 있었어. 나 너무 멋지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글쓰기 모임에 새롭게 들어갈 수 있던 것도 올해 일월부터 ‘살롱 드 까뮤’라는 모임에 참석하고 나서 있을 수 있는 일인 거 같기도 해. 역시 뭐든지 처음이 중요한가 봐. 발을 내딛고 나니 그다음은 조금 알 거 같은 느낌? 하지만 깊숙이 들어가 보면 알던 것도 더 모르게 되는 것이 인생 같기도 하지만 말이야. 까뮤 수업에서 그림 에세이를 한주에 한편씩 적었어. 팔 개월 동안 말이야. 브런치에 미술 에세이가 올라간 게 모두 까뮤의 숙제들이었어. 미술 전공은 아니지만 미술과 예술, 음악 모두 좋아해. 좋아하고 있어. 그래서 자연스레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모임을 찾을 수 있었나 봐. 그 모임에 들어가게 되었던 건 소중한 경험이었어.
아주 아주 큰 섬
일석이조에서 일석 백만 조 이상은 넘는 거 같아. 계속 질러보니 일석 로또까지야. 너희들도 뭐든 질러봐. 어떻게든 되더라고. 크게 지르고 있는 건 없지만 뭐든 용기를 주고 싶어. 아. 나는 용기를 주고 싶은 사람인가 봐. 엄청나다. 역시 글을 쓰니 자아 성찰까지 되는구나. 맙소사. 나는 용기가 있는 사람일까? 용기가 없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갑자기 궁금해지네. 그들에게 용기를 받는 건 사실 나야. 내 글을 한 번이라도 스치는 네가 있는 것만으로도 살아있는 걸 느끼기도 해.
아주 아주 큰 섬에서 아이와 남편과 나를 두고 나가지 못했던 거 같아. 이렇게 이야기하면 후회한다고 생각할지 모르는 데 전혀 후회 안 하거든? 후회 안 한다고! 역시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인 걸까? 잘 모르겠어. 무슨 일을 선택해도 후회는 있지 않았을 까? 우아.... 너무 멋진 생각. 또 뿌듯해졌어. 이게 기쁨 아냐? 기쁨의 뜻이 그렇더라고. 사전에서 보면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의 흐뭇하고 흡족한 마음이나 느낌을 말하는 것이라고. 맞아. 난 욕구가 수시로 충족이 되는 사람이야. 깊이 슬프고 고독하다가도 급히 욕구가 충족되면 다시 기뻐져. 좋게 말하면 그 회복탄력성.... 유명한 거 알지? 나쁘게 말하면 다혈질에... 그 뭐지? 단어가 갑자기 생각 안 나. 다음에 생각나면 말해볼게. 미안해. 급 공손하지? 내가 사과도 잘해. 하지만 금방 정색을 잘하기도 하니까 조금 이해해 줘. 무서운 사람은 아니니까 안심하고. 우리 또 여기서 만나자. 꾸밈없이 자기를 소개할 수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