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바뀐 캐나다 호스피스에서의 일상
*사진출처: Vox
아직 학기가 끝나려면 한 달이나 남았는데 내가 일하는 호스피스에서 비상벨이 울렸다.
호스피스에서 함께 일하는 간병인 한분은, 다른 널싱홈에서 같이 근무하는 간호사가 코로나 판정을 받았고,
그로 인해 자가격리 2주를 하게 되었다. 게다가 간호사 한분도 남편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한 달 동안 근무를 하지 못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보건부에서 직장을 한 군데 이상 두면 안된다고 하여서 호스피스의 인력은 더더욱 부실해졌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며칠 전 나의 매니저로 인해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기말고사도 남았고 과제도 몇 개 남았지만 내가 출근을 못하면 호스피스는 땜빵을 할 간호사가 없다.
그래서 난 망설임 없이 도와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전화가 온 당일부터 이브닝 근무를 4일 연속을 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쭉 일을 하게 될 듯하다. 다행히 보건 공부를 하는 중이라 교수님들이 이해를 해주신다. 교수님 한분에게 이메일로 과제 하나의 데드라인을 미뤄 달라고 부탁드리니 흔쾌히 승낙해주셨고, 제발 조심하라며, 앞으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따듯한 말 한마디도 해주셨다.
나날이 바뀌는 PPE규정과 보호자 출입 문제 대해 하루가 다르게 호스피스의 일상은 바뀌고 있다.
보호자들의 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에 4시간으로 visiting hours를 줄였고, 환자당 보호자분 한분만 가능하다. 그리고 환자분께서 임종하실 때까지 그 보호자 한분만 출입이 가능하고 다른 가족분들은 오실 수가 없다.
며칠 전 출근을 하여 한 환자분의 입원실로 들어가니,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환자분의 보호자인 남편분께서는 입원실 안에 함께 계셨고,
아드님께서는 밖에서 창문 너머 아버지와 대화를 하며 어머니 곁에 계셨다.
호스피스는 단층 건물이고, 주변이 정원이어서 아드님께서는 캠핑의자를 마련해 밖에서 앉아 계시는게 가능하였다. 안에서 밖으로 바라보는 나는 이 상황이 순간 황당했고, 밖에서 나에게 어머니에 대한 질문을 하는 아드님의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까웠다. 난 머리부터 발끝까지 PPE를 착용하고 있어서 내가 웃는지 얼굴을 찌푸리는지 보이지도 않겠고 나의 목소리마저 마스크를 통해, 창문 너머 들으니 잘 들리지도 않겠다 싶었다.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이렇게 바꾸어 놓았다.
임종이 가까우신 어머님의 손 한번 잡아 보지 못하고 떠나보내드려야 하는 아드님을 보니 순간 울컥했다.
그냥 마음이 착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