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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hee lee Jul 12. 2020

에어컨이 없는 병원 병동, 요양원이 있다

코로나 시대에 찜통더위 속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 그리고 환자들

캐나다 토론토는 체감온도 40도가 몇 주째 이어지는 이 찜통더위 속에, 최근 들어 이슈화가 된 문제가 있다.

바로 에어컨이 없는 요양원이 있다는 것.


나이트 근무 후 퇴근길에 자동차 라디오로 처음 접한 이 뉴스를 들은 난 놀라지도 않았지만 귀가 쫑긋 했다.

사실 전에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종종 에어컨이 없는 병동에 환자를 이동시키는 경우가 있었는데, 환자들과 여러 의료 물품들로 가득한  좁디좁은 병동 복도와 병실을 오고 가며, 땀을 흘리며 근무하는 간호사들을 목격했었다. 선풍기라고는 있는 대로 켜져 있었지만, 온타리오의 여름 날씨는 가만히 있어도 옷이 몸에 칙칙 붙는 습한 찜통더위라서 선풍기 하나로는 더위를 이기는 데에 부족하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내 할 일도 넘쳐나서 환자를 트렌스퍼하고 중환자실로 다시 오기 바쁘니, 잠시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세계의 많은 나라들처럼, 캐나다의 의료와 보건 시스템의 구멍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물론, 요양시설의 인력부족과 그로 인한 부적절한 간호 등, 여러 문제는 수십 년 전부터 있었던 거지만, 코로나처럼 모두가 겪어야 하는 재난이 일어나고 나서야 대중들과 정부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였다.


이 무더위 속에 에어컨이 없는 시설에 생활하는 요양원 어르신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요양원은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장기적으로 머무는 곳이라서, 일반인들에게도 힘든 더위는 어르신들에게는 몇 배 더 위험하다. 특히 거동이 불편하셔서 혼자 못 움직이시니 행여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요양원의 한 곳이 있어도 (예. 환자분들이 다 함께 쓰는 common room이나 dining room), 도움 없이 가지 못하신다거나, 코로나 때문에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 보니 모두들 모여 에어컨이 틀어진 곳으로 아예 못 가게 하는 시설들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캐나다는 현재 의료진들에게 근무하는 곳을 한 곳으로 제한하였다. 유독 파트타임, 캐주얼 직업이 많은 나라라서 투잡, 쓰리잡을 뛰는 간호사, 간병인들이 많은데, 이로 인해 부족했던 인력은 더 부족해졌다. 없는 인력으로 근무를 하다 보니 환자 케어는 물론 좋지 않을 것이고, 이 더위에 PPE까지 입고 근무해야 하는 의료진들은 아마 피로와 스트레스에 쪄들어 근무할 것이다.


현재 요양원의 현실은 온타리오에서 근무하는 간병인들과 환자분들의 가족의 폭로로 인하여 드러난 것이다. 온타리오 주총리 더그 포드는의 반응은, '에어컨을 의무화하도록 알아보겠다'였지만, 진정 환경은 어떻게 바뀔지 의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에어컨 따위 설치하는 게 방치되어있었으면, 요양원의 문제는 얼마나 더 많고, 더 깊을까.


요양원에 계신 자신 어머니의 병실에는 에어컨이 없고, 높은 습도에 온도는 27도였다고 밝힌 남성

위 뉴스 기사 링크: https://www.cbc.ca/news/canada/toronto/doug-ford-long-term-care-covid-coronavirus-air-conditioning-1.5641297


안 그래도 요즘 Linkedin (비즈니스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으로 통해 헤드헌터들이 요양원으로 오지 않겠냐고 종종 메시지가 온다. 얼마나 심하길래 이렇게 까지 하는지. 궁금하면서도 알기가 무섭다.


링크드인을 통해 온 요양원 채용 메시지 

 코로나는 분명히 장기화될 것인데, 앞으로 환자와 의료진들이 어떻게 버텨 나갈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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