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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새댁 Apr 22. 2019

봄과 여름 사이 그 어디쯤

보고 싶어 우리 아가


오늘로 임신 36주 5일 차,


집 밖에 아파트 복도만 나서도 봄 꽃이 넘실넘실 봄바람에 춤을 추는 사랑스러운 4월이다. 분홍빛 초록빛 노란빛으로 세상을 화사하게 밝히는 봄 꽃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눈이 한가득 행복해진다.


곧 발사될 것처럼 한껏 나온 나의 배를 바라보며 눈웃음을 짓는 남편이 이젠 정말 아가가 나오려나보다 하며 내 배를 따뜻한 손으로 쓰윽 쓰다듬었다. 뒤에서 끌어안으며 볼에 뽀뽀를 해주는 그의 모습을 올려다보며 나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진다. 화사해진 바깥 날씨처럼 내 감정도 한껏 밝아진 기분이다.


아직 실감은 잘 안 나지만 나는 임신 막달의 길을 걷고 있었다. 손과 발뿐만 아니라 온 몸이 차가워서 항상 내의를 습관처럼 입고 다니던 나는 아가로 인해 체질이 바뀌었는지 손, 발, 특히 관절이 접히는 부분 예를 들어 겨드랑이나 무릎, 사타구니 같은 곳에 땀을 달고 살고 있다. 자주 습해져서 워낙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속옷부터 겉옷까지 자주 갈아입게 되어서 본의 아니게 부지런한 삶을 살고 있다.


나의 다른 글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임신 초, 중기만 해도 우울증과 몸의 급격한 변화들로 인해 오는 스트레스들을 항상 달고 사느라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힘들어했는데 요즘은 눈만 돌려도 화사하게 피어나 있는 봄의 흔적들과 귀여운 동물들의 외출을 눈에 담으며 거짓말처럼 바닥에 치닫아있던 기분이 한껏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나의 아가 사랑스러운 우리 딸의 고사리 같은 손에 나의 검지 손가락을 끼우고 아가가 우는 모습에 허둥지둥 땀 흘리며 배가 고픈지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지 졸려서 칭얼거리는 건지 혼란스러워 진땀 나는 한여름 육아를 코 앞에 앞두고 있지만 이러나저러나 겪어야 할 일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겪는 게 낫다는 생각에. 그리고 다른 이들처럼 빨리 키워서 예쁜 꼬까옷도 입히고 사랑스러운 리본 구두도 신기고 고사리 손 꼭 잡고 한강에 도시락 싸서 예쁘게 아가 시절을 사진으로 남겨주고 싶어. 그러려면 일단 아가가 세상의 빛을 빨리 맞이해야만 가능한 거니까, 곧 괴롭고 힘든 시기가 다가오더라도 누구나 겪는 일이고 또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니까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병원에서는 아가가 주수보다 크다고 했다. 몸무게도 튼튼해서 출산해도 되는 2.5킬로를 넘었다고 했고 양수도 풍족해서 무엇보다도 건강하게 잘 놀고 있으니 언제든 진통을 유도해서 낳아도 되는 시기가 다가왔다고 했다. 그리고 어젯밤에는 주기적으로 찾아와 준 아가의 가진통을 처음 겪어본 탓에 왠지 나의 마음도 금방 품에 아앙하고 울어재낄 나의 하나뿐인 분신이 짜잔 하고 나타나 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봄과 여름 사이 그 어디쯤,



사랑스러운 너는 나의 품에 예정대로 다가와 안겨줄까


빨리 보고 싶어

하나뿐인 나의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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