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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서 Apr 15. 2019

‘동시대 이후 :  시간-경험-이미지’를 읽고

시간이라는 허상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각각 기억-역사, 의식-경험, 동시대 이후로 구성된다. 부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시간, 기억, 추억 등 익숙한 듯 무수히 흘려보냈던 일련의 과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지구상 많은 생물 중 시간의 흐름을 자각하고 인지하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다. 그것이 인간이 권력을 잡고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이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는 것은 꽤 친숙하다. 매일 시계를 확인하거나 앞날을 걱정하는 행위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과정 속 우리는 한 시공간에 관점을 두고 기억을 추적한다.이러한 ‘의식’과정을 인식하지 못한 채 기억의 아카이브(Archive)를 부유하다 보면 어느새 그것은 왜곡되고야 만다.

 기억, 그 자체로서 온전히 저장될 수 없다는 얘기이다.


 또한, 인상 깊었던 구절 중 하나는 '인간은 능력의 한계와 부재를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 무능력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증폭시키고,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과거를 의미로 채운다. 추억을 먹고 사는 인간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보완재로서 과거의 기억을 소비하며 매일을 나아가나보다.


 이러한 본성은 시간을 하나의 소재로써 소비하는 특징을 가진다. 기억에 초점을 두고 바라보는 이상 심리적·물리적 거리에 따른 프리즘은 상(기억)을 왜곡시킨다. 특히나, 경험하지 못한 과거를 수집함으로써 편집증적인 특징을 가지는 현재의 세태는 시간에 대한 초월론적 시각을 보여주며 왜곡을 넘어 창조의 행위로 여겨진다.


 수많은 철학과 문화 현상을 수려한 문장으로 엮어내어, 문장 문장을 곱씹고 문장 사이에 놓치고 흘러가 버린 상념들을 엮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소비하고 나서야 책을 닫을 수 있었다. 무의식중에 부유하고 있던 상념의 잔재들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한 이 책은 고단하고도 흥미로운 여정을 안겨주었다.

 문장을 이룬 단어들을 탐닉하고 수집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질문하고 환원, 환기, 수렴, 확장 등의 과정들을 반복한 후에 내재적인 사고의 범위가 확장된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핍진성’.

 읽으며 인상 깊었던 이 단어가 이 책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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