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와이프가 읽고 싶다는 책을 사줬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라는 소설이다. 와이프가 다 읽으면 나도 읽어야지 했는데 와이프는 가을이 오고나서야 완독을 했다. 결국 난 가을에 여름 소설을 읽었다. 이 책에서는 건축가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이야기 중심 소재가 건축이다. 작가가 건축 묘사를 세밀하게 하지만 건축 경험과 지식이 미천하니 내 상상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경험이 미천하면 상상력도 미천하다. 흔히 상상해봐라 라고 했을 때 상상의 울타리는 우리 경험을 넘어서지 못한다. 어렸을 적에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서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했을 때도 만화나 애니나 어디선 본것을 조합해서 확장하는 정도다. 상상력의 능력 조차 얼마나 많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는지에서 퀄리티가 결정된다.
방구석에만 있는 사람은 집 밖을 상상할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은 집 밖도 집안과 같은 모습일 거라고 생각한다. 상상력은 결국 현실 속에서 집요하게 지식을 쌓고 경험한 사람들만이 펼칠 수 있는 능력이다. 경험과 지식을 연결하고 이으면서 상상력의 진폭을 넓히고 개연성을 만든다.
그래서 골방 사색가들의 상상은 공상이 되고 집요한 현실주의자의 상상력은 현실이 된다. 이 아이러니를 깨닫는다면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살면서 상상을 해야 할지 답은 정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