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IADOOW Jan 03. 2021

성공의 기준 2020ver.

성공이란 자신을 문 밖에 놓아둘 필요가 없을 때. _틸다 스윈튼

2019년에, 좋아하는 배우였던 틸다 스윈튼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틸다는 성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인터뷰어의 말에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자기 자신을 보살필 수 있다고 느끼고 자신을 문밖에 놓아둘 필요가 없을 때라고 대답했다. 진정한 자기 자신일 때, 자신을 가릴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으로 변장할 필요도 없을 때, 자신에 대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을 때, 당신의 마음이 열려있고 자신에 대해 진정으로 표현할 수 있을 때 그것이 성공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 글을 읽은 나는 2020년 새해 목표로 나 스스로를 문밖에 두지 않는 것을 두었다. 그리 오래되진 않은 과거에, 나는 스스로를 참 많이도 꾸짖고 미워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실은 내가 많이 다른 사람임을 인정하기까지는 많은 아픔이 필요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나는 모순적인 사람이었고 나를 사람들에게 보이고 말하는 법을 점점 잊어버리게 되었다. 할 수 있는 말이 적어지면서부터 나를 알아주지 않는 사람들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보이는 만큼만 나를 아는 타인들은 나에 대해 빈칸이 많은 말들을 했고, 생략된 단어들을 나만 알고 있는 것은 또 다른 괴로움이 되었다. 난 그 괴로움을 외면하기 위해 그저 그 사람들을 무례한 사람 취급해 버리면 그뿐이었다,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조차도. 너무 많이 외로웠는데, 그건 스스로를 문 밖에 덩그러니 세워 두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타인을 통해 존재하는 나와 실존하는 나의 간극을 줄이고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노력을 해야 했다. 살아온 모습만이 그저 나인 것을 스스로 인정하기, 부정하며 꾸며 내지 않기, 바뀔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을 찾기, 그렇게 되어가는 지지부진한 과정을 의심하지 않기, 그런 노력들을 부단히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첫째, 나의 하루는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나는 올해부터 몇 가지 목적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직장에서 나는 분명한 보람과 목적의식을 가지고 일하고 싶었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인 실장님의 끝만 쫓아도 그것은 충분히 누리며 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 위해 물리적으로 많은 시간을 일에 집중해야 했다. 그러면서 남겨진 해야 할 작업들에 대해 많은 조바심을 내며 불안해했는데, 해리는 그런 나에게 상상조차 열심히 하면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고 말을 했다. 그 말은 단순한 워딩 너머로 많은 의미를 간직한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점점 하루에 단 오분을 작업에 쓰고도 뿌듯해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갔다. 분명 언젠간 마음 놓고 하루 종일 노트북 앞에 앉아있을 수 있는 시간도 있겠지, 먼 미래에 그 시간을 만드는 것조차 현재의 내 몫 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게도 되었다. 난 항상 게으름에 우울을 붙여오는 사람이 었는데, 일을 시작하면서는 게을러질 때에도 우울해하지 않기 위해 일을 하는 시간만큼은 꼭 부지런히 임하자고 다짐했다. 오늘도 실장님께 잘하고 있다는 말씀을 들었으므로 이 부분은 성공했다고 스스로 말해주고 싶다.

두 번째,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분명 16년도부터 아카데미에 다니며 꽤나 진지하게 글을 쓰는 사람을 꿈꾸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몇몇 가까운 사람들이 아니면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 숨기려는 의도가 아주 다분했다. 왜- 하고 생각하면 아마도 우직하게 매일매일 아주 열심히 글을 쓰지 않음을 스스로 많이 부끄러워했기 때문일 것 같다. 다만 현재에 스스로를 직시한 나는 그저 글이 아닌 다른 일로 또 다른 목적의식을 꿈꾸면서 생업에 허덕이고 있는 사람임을 인정했다. 그렇기에 내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일 수 있기 위해 아주 치밀하게  꽤나 지루하고 긴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겁이 아주 많은 사람이라 그 정도의 계획까지 세워 두고 나서야 더 열심히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그 후부터 열심히-라는 부끄러움 앞에서 조금 뻔뻔해질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뭐가 어떤가- 오랜 시간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는 꿈이 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플랜 또한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증명할 수 있는 순간이 올까? 상상만으로도 뚜벅뚜벅 걸어 나갈 힘이 솟는다. 나는 그 상상을 원동력 삼아 주변 사람들에게 슬슬 글에 대해 말하고 다녔다, 점점은 아주 열심히. 남자 친구한테도 쓰고 있는 글에 대해 사사로운 고민을 말해본 것이 올해 들어 처음이었다. 오빠는 적당히 궁금해하고 적절히 동의해주며 그 역할을 잘해주고 있어서 참 고마운 사람이 되었다. 나의 직장상사이신 실장님께도 나는 아주 당돌하게 내가 언젠가는 이 일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음을 말해버리게 되었다. 실장님은 그런 미세한 감정들을 뒤로하고 우리가 하고 있는 일과 다른 영역인 글에 대한 꿈을 꾸고 있는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주신다. "다인아, 너는 정말 언젠가 꼭 작가가 될 것 같아." 하고 아주 직접적으로 말씀해 주신다. 그것은 아주 모순 같기도 하지만, 난 그런 실장님 밑에서 글이 아닌 우리의 일에 대해서도 점점 책임감과 보람이 커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그것도 또 참 아이러니 하긴 하다. 하지만 좋은 아이러니 임은 분명 확신한다. 누군가에게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하게 되면, 어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인지도 분명히 존재해야 했다. 실은 아직도 그것에 대해선 제대로 정의 내릴 수가 없다. 그 고민만큼은 매일 꽤나 진지하게 궁리한다. 좋아하게 된 다른 작품들을 보며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은 건가- 하고도 깊이 고민해본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리저리 생각하다 보면 참 알 수가 없다. 다만, 요즘엔 그 알 수 없음을 비집고 한 가지 확신이 확고해지기 시작했고, 아무래도 그 글을 선보여야 하는 세상에 대해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여태까지 한 번도 연초가 되었다고 사본적 없는 김난도의 트렌드 시리즈, 그리고 사회 현상에 대한 책들을 잔뜩 사 온 걸 보면 꽤나 그 생각이 절실하긴 한 가 보다.

마지막으로 미움에 대해 솔직한 사람이 되었다. 새해에 들어서 나는 미워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가히 미움과의 전쟁 같은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같다. 나는 사실 질투가 나의 힘인 사람이다. 언제부턴가 손에 뼈마디가 굵어진  느끼고 나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손을  보게 된다. 희고 가는 고운 손들이  부럽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핸드크림을 바르는 사람이었다. 속에 그런 질투심이 그득그득한 내가, 막상 드러내어 누군가를 미워할 용기는 없었다.  사람과 적이 되는 , 그것으로 인해서 틀어져버릴 관계들이 생기는 , 누군가한테 비난받는 , 생각만 해도 피곤한 그런 것들을 감당하기 싫어서 나는 누군가를 솔직하게 미워하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  들어 나는 아주 적나라하게  미움에 대해 힘주어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나에겐 충분히  미움이 타당하고 합리적일 때만 말이다. 옛날에는 누군가를 미워하면 그저 나쁜 사람이 되기 쉽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나쁘게 말하고는  앞에서 웃는 사람들을 보며 아주 서늘하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나또한 어느 순간 그런 사람이 될까 두려워 사람들 앞에서 미운 말과 행동들을 보이지 스스로를 가라 앉히는데 아주 열과 성을 다했다. 스스로의 시간과 마음을 갉아먹으면서까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일이었는데 말이다. 분명 내가 미우면 미운 이유가 있고, 나는  앞에서 가식적으로 웃는 사람이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사람들은 모두 마음이라는 신줏단지를 모시고 사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자기 마음을 모른  하지 않고 소중하게 모시고 사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니, 우리는 행복에 대한 아주 단순한 도구를 지니고 사는 것이기도  것이다. 미움에 솔직해지고 나서부터는 질투라는 것이  나를 괴롭히긴 했다. 나에겐 너무 미운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일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다. 아주 말도  되는 말인데, 나는 질투심에 휩싸였다. 나는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의심했다. 나만 이상한 건가- 하고 말이다. 그렇게 미움의 페이스에 휘말렸다.  지독한 괴로움은 아주 단순하게 나의 소중한 사람들로 인해 누그러졌다.  주변에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은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았기에 나는 미운 사람까지 신경 쓰며 살아가야 하는 서늘한 곳에서 따듯한 볕으로 되돌아올  있었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둥글게  길게 생긴 입체적인 것이므로 나에게 보인 모습은  사람의 극히 일부분일 뿐인데 말이다. 내가 세워둔 기준의 우아함을 지킬  있게 나의 근거가 되어준 사람들을 생각하면 누군가를 미워하는데  시간은 없다. 행복은 스스로 넘쳐야 남한테 흐를  있는 것이므로 나는 지금  사람들을 위해 하루빨리  여유를 가지기에도 부족한 사람이다.

가수 이소라가 콘서트에서 "나는 음악 없이는 존재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 음악을 소중히 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글과 사람 없이는 존재가치가 없는 사람이라 그것들을 소중히 대하지 않을 수가 없는 사람이다. 글과 사람을 소중히 대할 때 나의 존재가치가 생겨나는 사람인 것이다. 나는 그 두 가지에 내 가치를 둘 때에 비로소 자기 자신을 보살필 수 있다고 느끼고 자신을 문밖에 놓아둘 필요가 없게 되며 진정한 자기 자신일 때, 자신을 가릴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으로 변장할 필요도 없을 때, 자신에 대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을 때, 마음이 열려있고 자신에 대해 진정으로 표현할 수 있을 때가 되는 것이었다. 2021에는 그러한 성공을 이어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글과 사람에 대한 더 좋은 가치를 찾아 나서야 할 것 같다. 기분 좋은 모험 같은 것을 2021년 목표로 두겠다.

작가의 이전글 우린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