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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쓰민 Mar 08. 2024

표현하기 쉬운 감정 또는 그렇지 못한

영원하지 않은 감정에 대해

나는 플리크라는 동반성장 커뮤니티에서 ‘셀프 탐구 글쓰기 챌린지’를 참여했었다. 그것이 나의 글쓰기 디딤돌이 되어 지금까지 글쓰기를 이어오고 있어, 그때 만난 리더님을 글애미라고 부른다. 쓰기를 이식해 준 어미의 의미와 그래미상의 그레미와 발음이 비슷하기도 해 작가이자 리더님을 글애미라 부르고 있다. 그 챌린지는 매일 한 가지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어가는 조밀한 물음이었다. 그때만 해도 '셀프 탐구'가 일으킨 파도의 위력을 생각하지 못한 채 일 년 전 1월 4일 글쓰기는 시작되었다.


과거에 관한 질문은 편안했다. 과거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아래로 떨어지는 시선은 슬픔의 방향이었다. 슬픔이었음에도 편안함을 느꼈던 것은 완료형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에 완료된 그것은 무엇을 바꿀 수도, 무언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그 편안함이 나를 과거로 쉽게 이어 주어 과거를 대면하게 해 주었다. 그저 내가 할 일은 과거에 대한 해석을 현재의 나에게 이롭게 적용하면 될 뿐이다.


현재는 불편했다. 지금의 나, 즉 과거의 시간이 쌓여 만들어낸 내 모습이 실존하는 곳.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그 힘은 미래의 나에게로 이어진다. 그래서 선택과 행동이 필요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는 곳. 변화를 요구하는 이곳이 그래서 제일 불편했다. 행동해야 하는데 행동할 수 없었다. 그저 마음에 들지 않은 모습에 불만과 핑계로 머리는 잡스러운 소리가 가득해진다.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불편함을 피하고 싶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미래는 불안감을 더했다. 행동하는 척, 발길을 내디딘 척하지만, 실은 일보도 전진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걷는다. 품기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꿈은 썩어 버린다. 애초에 꿈을 품었던 마음마저 후회가 스며들며 차라리 꿈이 없는 삶이 더 낮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이런 자책은 우울감을 불러내 미래를 향한 상상력 마저 꺾는다.




이 글을  다시 살폈다. 처음 글을 작성할 때와 또 다른 생각이 자리 잡은 이때. 오늘의 생각을 남겨야 하나 아니면 그때의 생각을 정리할까 잠시 고민했다. 그리곤 뼈대를 살려 시간을 바라보던 감정을 남겨보기로 한다.


과거는 애틋했다. 현재는 죄책감에 무기력했고 미래는 두려웠다. 

과거의 힘을 다한 슬픔은 다루기 편했고, 지금 나와 공존하는 현실에 놓인 미움과 두려움은 피하고 싶었으니 이어지는 미래는 불안해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몇 개월 전의 내 생각을 정리하며, 지금은 사랑으로 모든 감정을 잘 아우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또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들도 힘들고 슬프고 좌절이 되는 시간에 머물러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 좋은 것이나 나쁜 것이나 영원한 것은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말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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