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인가요?'
'3주나 시간을 드렸잖아요. 1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이게 다에요?'
수화기 저 편, 들려오는 고객의 목소리엔 짜증과 한숨이 섞여 있었다. 나 역시 할말은 많았지만 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 나름대로 고충이 있어 짜증이 난 것일 테니... 원인을 찾고 책임을 따지기엔 난 힘이 없고, 가진 것도, 아는 것도 적었다. '죄송합니다.' 라는 말 뿐 할 말이 없었다.
연신 '죄송합니다' 라고 하는 내게,
'그런 말 듣자고 이러는게 아니잖아요. 이렇겐 위에다 보고 못하니 자료를 풍성하게 다시 만들어 주세요.'
'풍성하게 라면 어느정도 수준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 있자나요. 근거도 많이 들어가고...'
처음 계획했을 때보다 판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어쩌면 나만 처음 판을 작게 보고 있었던 착각이었을지 모르지만...
잠시 뒤 상사가 나를 불렀다. 아마도 그 고객이 내 상사에게도 전화를 했나보다. 진행상황을 보더니 다른 팀원에게 업무지시를 했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창피했다. 또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켠에는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건 애초부터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도데체 이런 일까지 우리가 해야해는건가?'
납득이 되지 않는 사유지만, 해야한다고 하니까 하긴하는데 의문이 생겼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고객인데...
일을 부려먹을 때는 신나게 부려먹더니
자기의 용건이 다 끝나자 원래의 '갑'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10번 잘 하다가 한 번 실수... 그것도 작은 실수 하나에 싸잡아서 비난을 한다.(실수랄 것도 없는...)
전화는 안 받고, 받아도 퉁명스럽고... 업무지시는 카톡으로 한다. 전화는 일부러 피하는거 같다.
난... 그러지 않았다.
수많은 업체를 상대해봤지만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 하는 건 처음 본다.
언제는 그렇게 칭찬하더니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원래 이런 일이었던 걸까?
첫 고객은 이러지 않았는데.
가슴과 가슴으로 일을 했고.
사람과 사람으로 대화 했는데.
이번 고객은 어렵다.
어려운 줄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 일줄은 몰랐다.
어제까지의 칭찬이
오늘은 비난받을 일이 되어버리는데
정말 심장이 터지는 듯 했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