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6개월정도 우울, 불안장애로 약을 먹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성경을 읽기 시작한 첫해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성경 주석책을 읽고 기도와 묵상을 하며 2019년을 보내고 2020년 1월 제대로 성경을 보기 시작했는데, 그해 4월쯤 공황장애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신경정신과에 방문하였더니 불안장애라는 선물을 내려줬습니다. 다양한 일들이 쌓여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자기계발의 부작용, 회사에서의 스트레스, 고객, 직장동료, 지인 등 인간관계에서 오는 문제 등등 찾아보면 많은 부정적인 일들이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교회에서 하는 활동, 모임, 봉사 등을 멈췄습니다. 겪어본 사람들은 아실텐데요. 불안장애 증상이 나타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생활이 불가능 할 정도로 가슴이 쉼없이 뛰는 느낌! 정말 무력해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상태가 꽤 오랜시간 지속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는 습관은 놓지 않았습니다. 의도적으로 놓지 않았다기 보다는 간절해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그것마저 하지 않으면 마치 하나님의 손을 내 스스로 놓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여하튼, 덕분에 계속 성경을 읽었습니다.
2년정도를 그렇게 살았습니다. 나와 불안장애, 약, 그렇게 함께 살았습니다. 매일 아침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며 나의 이 아픔이 낫기를 기도했습니다. 우울 불안장애의 병이 낫기를 직접 기도하기도 했구요. 그때 그때 이슈가 되는 불안이나 일에 대해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열심히 기도를 하지 않아서 일까요? 기도의 응답은 솔직히 좀 별로 였습니다. '오늘 고객 미팅에서 난처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잘 지나가게 해주세요~!', '오늘 교육, 발표에서 떨지않고 잘 하게 해주세요.' 같은 기도에는 수차례 응답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심장의 떨림, 우울, 불안이 사라지게 해달라는 완치의 기도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CBS에서 만든 '잘잘법' 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종종 보는데요. 어느날 한 목사님이 사도바울의 몸의 가시를 주제로 간증을 하셨습니다. 그 목사님께 '몸에 아픔'이 있는데 아무리 기도를 해도 그 아픔이 낫지를 않았다. 하며 사도바울의 몸의 가시 처럼 그 약함이 본인의 강함이 되었다는 간증이었습니다.
그때 저에게 작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어떤 때 나의 불안장애 증상이 올라오는가? 어떤 때 괜찮은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아침에 성경을 보거나 기도를 하는 등의 활동을 할 때는 몸이 괜찮은데 낮 동안 삶의 중심에 있을 때는 증상이 올라왔습니다. 즉, 내가 하나님을 의식하고 찾을 때는 괜찮다가 반대로 하나님을 의식하지 않으면 증상이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매번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그렇다면 증상이 올라오거나 몸이 힘들때 잠시 하나님을 떠올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실천을 해보았습니다. 여유가 되면 잠시 기도를 하거나 찬양을 들었습니다. 여유가 없으면 잠시 눈을 감거나 하늘을 올려다 보며 지나가는 듯한 말로 기도를 했습니다. '주님~ 고맙습니다', '하나님 저 아파요', '예수님~ 아시죠!' 처럼 말입니다.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나님과 관계를 맺는 빈도를 늘리니 조금씩 조금씩 증상을 버틸 만했습니다. '한번에 나았습니다' 같은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지만 저에게는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불안장애라는 고통을 부정적인 단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그런 일상의 단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생각을 했습니다. _증상이 나타나면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그러면 행복해진다_처럼 공식을 만들었습니다. 실제 우리 삶에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졸음, 배고픔, 대소변의 마려움 같은 생리적인 현상을 우리는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졸리면 잘때 행복하고, 배고프면 먹으며 행복하고, 대소변은 배설하며 행복한 것처럼! 나의 불안장애 증상도 하나님과 관계를 맺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알아차림을 위한 신호라고 생각하니, 감사해졌습니다.
누군가는 정신승리라고 할 수 있겠죠? 상관없습니다. 저는 '내 삶이 어떤 때? 행복한가?' 라는 질문을 종종 하는데요. 여러가지 답중에 하나가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있는 순간' 입니다. 그렇기에 저에게 있어 불안장애 증상은 하나님과 관계를 맺게 해주는 귀중한 연결고리 입니다. 그런 마음가짐의 변화가 2년 6개월 동안 함꼐한 약과 이별을 하게 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를 살게 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