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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봉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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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한 Nov 21. 2019

봉사일기 - 정릉동

겨울 한파에 대비한 패널집 단열 및 도배공사(해비타트)

아침 기온이 영하에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봉사를 나가기 꺼려진다. 늦잠이라도 자버려서 사과 한 마디로 퉁쳤으면 하면서도, 공사 날짜만 되면 기가 막히게 일찍 눈이 떠진다. 이쯤 되면 신의 계시라 생각하고 군말 없이 현장으로 향한다.


패널 집의 겨울은 혹독하다. 요즘은 중간에 단열재를 두껍게 넣은 패널이 일반적이지만, 저렴한 어중간한 두께의 패널은 그저 집의 형태만 갖출 뿐이다. 냉장고의 기능이 무색할 정도. 전기장판에 닿는 부분 외에는 전부 차갑다.


한때는 어엿한 사업가였던 거주인은, 도움을 받는 입장으로 사람들 앞에 있기가 영 어색하다. 그렇다고 고생하는 사람들 두고 다른 데서 편히 쉬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색함을 무릅쓰고 공사 내내 입구 한쪽에 있다. 이런 이들은 대개 암울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삶의 의지를 이어가려는 사람들이다. 마음 한쪽이 아려온다. 어려움을 잘 이겨내시기를.


추운 날씨라 단열재를 다 둘러치고 나니 바로 효과가 나타난다. 거주인과 구청 관계자들은 공사가 아직 반이 남았지만, 훈훈해진 실내 온도에 벌써 크게 만족해한다. 뿌듯한 마음에 나머지 작업들이 가볍게 느껴진다. 거주인은 내게 고맙다고 했지만, 사실 내가 더 고맙다. 당신을 도울 수 있는 힘이 아직 있다는 게, 내가 살아있는 이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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