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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써니 Nov 06. 2024

첫 만남

이상한 만남

때는 2011. 9. 19 저녁때였다.

그녀는 업무를 마치고 시계를 보며 아직은 조금 여유가 있음에 안도했다.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화장을 고치며 오늘의 원피스가 첫 만남에 좋은 인상을 주게 될지를 고민하고 있다.

"지연 씨가 한 번만 만나 보라니까, 밥이나 먹지 뭐... 긴장할 거 없어."

그는 삼성동에서 청담동으로 넘어가는 길이 밀리지 않을까, 행여 첫 만남에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 조바심이 났다.

"조금 귀찮군. 한 번만 만나보라니까, 지연이가 그렇게 사정을 하니까, 만나보기로는 했지만, 잘 안될 거 같다. 오늘도.. 후~"


그는 퇴근 후 그녀의 회사 앞에 주차를 했다. 다행히 약속시간 안에 도착했다. 차 문을 열어주는 것은 계획한 일은 아니었다. 창밖으로 살구색 원피스를 입은 그녀를 보자, 그는 차에서 내려 인사를 했다.

그녀가 타도록 차 문을 열어주었다. 그는 그녀를 청담동에 있던 회사에서 멀지 않은 핫 플 릴라에 데려갔다. 주차도 발렛을 맡기니 불편함 없이 식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다 자연스러웠어.'


레스토랑의 서비스와 음식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녀는 시종일관 웃음 띤 얼굴을 한 그의 표정이 싫지는 않았다. 고운 피부는 너무 하얘서 투명한 듯 보였다. 그의 앞에 앉아 있는 평소 화려했던 그녀가 수수해 보일 정도였다.

'부담스럽게 생겼군. 너무 잘생겨서 부담스러워.'

부담스럽게 잘생긴 그와의 대화는 생각보다 오래, 레스토랑이 마감을 하는 시간까지 이어졌다. 그들은 본 적은 없지만,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랜 시간 연애를 쉬었다는 그는 이번이 마지막 소개팅이 될 거라고 말했다. 집이 같은 방향이라 좋다고 말했다. 너무 먼 거리에 사는 여자들과는 연애가 힘들 것 같다고 한다.

'내가 좋다는 건가?' 그녀의 마음이 조금 설레일쯤, 남자가 말한다.  

"멀리 살면 데려다주고 싶지만 다음날 출근하는 데 지장을 줄 것 같다"라고 한다. 쓸데없이 너무 솔직한 남자에게 그녀는 끌림보다, 동네 친구 한 명 생겼구나 생각했다.

'이 남자, 로맨틱한 구석은 없구나.'


레스토랑에서 나오니 까만 밤에 달이 예쁘게 떠 있었다. 집이 한 방향이니, 남자의 차에 올라탔다. 이번에도 그는 문을 열어주었다. 그녀가 만났던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친절이 그녀는 부담스러웠다.

어려서부터 봐 온 교회 오빠들도, 대학에서 만난 동기들이나 선배들도, 어느 누구도 차 문을 열어준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드라마에서 보던 공주님 대접이 현실에서는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며 차에 올라탔다.

'음... 생각보다 불편하네.'

그는 학교에 가보자고 한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마침 그녀는 초등학교 앞에 살고 있었으니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학교 운동장을 걸으며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었다. 딱히 기억에 남을 재미나고 유익한 대화는 아니었다.

초등학교 동창생 아무개를 아는지, 아직까지 만나는 친구가 있는지 그런 대화들이었다. 연애에 서툰 남녀의 달뜬 대화는 11시가 넘어서야 마무리가 되는 모양새였다.

내일은 퇴근 후에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를 묻는 남자의 의중을 알 수 없던 그녀는 엄마와의 식사 약속을 떠올리며 그의 애프터 신청인지, 그저 궁금해 묻는 질문인지 모를 물음에 담백하게 대답했다. 최대한 사무적으로 말하고 싶었다. 애프터가 아닐지도 모르니 너무 만나기 쉬운 상대로 느껴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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