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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判讀用書> 일찍 일어나도 벌레는 잡아먹지 않는다

<생활-2> 아침에 버는 한두시간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by 조창완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습관이다. 마음 먹고 몇일간 한 패턴을 지키면 자연스럽게 눈은 떠지게 되어 있다.

2019년에 나는 송파구 문정동 동부지법 옆에 있는 본사 건물로 출근을 했다. 내가 살고 있는 부평 백운역에서 그곳까지는 포털 지도 프로그램으로 검색하면 적어도 한시간 반이다. 그리고 그 구간은 지옥철로 불리는 2호선과 9호선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빨리 출근하자는 것이었다. 백운역에서 서울 방향 첫 전철은 5시19분에 있다. 나는 평일에 대부분 그 차를 탔다. 부천역에 가서 급행으로 갈아타, 노량진역에서 9호선 급행으로 갈아타면 7시 전후에는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좌석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춘천에서 지낼 때는 숙소에서 시청까지 걸어서 7분 정도의 거리였다. 6시반경에 출발해 사무실에 도착했다. 8시 정도부터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한시간 정도는 나를 위해 쓸 수 있었다.


지금은 집에서 여의도까지 한시간 여가 걸린다. 너무 일찍 오면 좀 그래서 보통 8시반에 맞추어 도착한다. 출근하는 한 시간여는 전철에서 책을 보거나 팟캐스트를 듣는다. 이전에는 진보 매체를 들었는데, 최근에는 매불쇼나 즉문즉설 정도를 듣는다. 정보를 얻거나 마음의 안정을 얻는데 최적의 시간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 먹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원문은 좀 다른 의미가 있다. 전문은 이렇다. “당신이 새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 그래야 벌레를 잡아먹을 수 있을 테니까 / 만일 당신이 새라면/아침에 일찍 일어나라//하지만 만일/당신이 벌레라면/아주 늦게 일어나야 하겠지” 아동문학가 쉘 실버스타인(1930-1999)의 ‘일찍 일어나는 새’라는 시다.


그렇다.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일찍 일어나는 게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일찍 일어나는 게 좋다. 2003년 출간된 사이쇼 히로시의 <아침형 인간>은 상당히 많이 팔린 책이다. 단순히 빨리 일어나라는 내용은 아니다. 아침을 지배하는 사람이, 하루를 지배하고, 하루를 지배하는 사람이 인생을 지배한다는 취지에서 쓴 책이다. 이른 아침에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아침 시간을 십분 활용함으로써, 하루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생활을 제시하는 책이다. 아침형 인간으로 체질화되기까지 100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아침형 인간으로의 14주(100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히로시는 매일 최소한 6시간은 자라, 매일 삼시 세끼 꼭 챙겨 먹어라, 매일 달리기해라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추산하면 내 잠시간도 6시간 정도 되는 것 같다. 6시면 좀 짧아보일 것이다. 그럼 너무 일찍 일어나면 몸이 피곤하지 않을까? 충분히 해볼만한 질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일반 성인의 적정 수면시간은 7-9시간이다. 하지만 수면의 질도 중요한 문제다. 스마트워치를 사용하면서 나는 내 비램수면 시간이 2시간 정도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잠이 든 초반기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 ‘비램(non-REM sleep) 수면’은 꿈을 끄는 램수면과 달리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은 램과 비램을 오간다. 그런데 수면 분석에 따르면 처음에 4~5시간 정도가 깊은 수면 상황이고, 이후는 선잠을 자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따서 5시간 정도 이후의 수면은 휴식에 큰 효과가 될 수 없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나에게 아침 시간은 상당히 소중하다. 그럼 어떻게 활용할까. 우선 글을 쓰는 시간으로 많이 활용한다. 안타깝게 운동으로 활용하면 좋겠지만, 여유로운 시간이 아니라면 운동에 배치하지 않는다. 다음은 책을 읽는데도 활용한다. 난 지금도 일주일에 2~3권 정도의 책을 꾸준히 읽는데, 아침 시간이 적정하다. 물론 사무실에서도 짬나는 대로 책을 읽는다. 안타깝게 저녁 시간의 대부분은 음주에 쓴다. 물론 과도한 음주는 충분한 수면을 방해하고, 다음날 숙취를 부르기 때문에 생활의 리듬을 깬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아주 심한 음주를 하지는 않는다. 적당히 취했다고 생각하면 더는 술을 하지 않고, 귀가한다. 처음 만나는 이들은 섭섭하게 느낄 수 있지만, 항상 만나는 이들은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습관이 됐다.


구체적으로 시간을 어떻게 쓰는 지 소개한다. 우선 일어나서 쓰고 싶은 원고가 있다면 아침부터 시작한다. 주중에는 원고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일어나서 가능하면 원고를 쓴다. 요즘은 컴퓨터와 이동전화 간 정보 이동이 쉽다. 다른 공간에서 지속해 쓸 원고가 있다면 쓰던 텍스트를 긁어서 카톡에 올려두었다가 다시 드래그해와 지속해서 쓴다. 한글 파일 상태로 카톡에 올려두었다가 다시 다른 데스크탑에서 쓰기도 한다. 물론 공무원들은 카톡 등 외부 데이터를 일자리에서 쓰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좀 어려움은 따른다. 그럴 때는 태블릿 등 다른 도구를 사용해 쓰기를 계속한다.


사무실에서도 나는 짬이 나는대로 글을 쓴다. 프로그래머처럼 절대적인 시간을 요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무실에서 나는 짬이 상당히 많다. 그런 시간에 필요한 자료를 찾거나, 글을 쓰는 데 사용한다. 흡연을 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담배를 피는 시간에는 내 일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무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일의 효율은 많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기자로 시작해 편집장까지 총 책임지는 역할을 많이 했고, 공직자로는 중간 실무자에서 부서의 책임자로 모든 일을 총괄해봤다. 내가 일했던 춘천시 시민소통담당관은 시장의 직속으로 시의 홍보나 공보, 시정소식지, SNS를 총괄하는 일이었다. 특히 내가 있을 때, 두 번의 긴박한 사건이 터지면서 응급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내가 춘천시에서 일을 시작한 지 꼭 한달이 지난 2020년 8월 6일에 춘천에 있는 의암댐에서 수상 안전사고가 일어났다. 6분이 사망하고, 한분이 아직도 실종 사태인 유래없는 사건이었다. 나도 사고가 발생한지 30분만에 현장에 도착해 응급 대응팀에 합류했다. 매일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현장을 지키면서 언론 대응을 책임져야 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공무원들은 대부분 인터뷰를 꺼리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가지 않으면 언론들은 부정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이다. 나는 현장에 있으면서 공무원들이 피하는 인터뷰를 대부분 대신했다.


이런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아침 8시20분에 있는 시장 면담을 시작으로 요일별로 일정한 스케줄이 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그리 품이 가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국별로 과장들을 대상으로 홍보나 공보 기본에 대한 브레밍스토밍 회의를 진행하고, 언론을 대상으로는 특집 기사나 특집 방송 편성을 위한 기획도 많이 했다. 또 일한 초반기에는 직접 시정에 대한 아이템을 기획해 유튜브 방송을 제작하기도 했다. 직접 기획, 원고, 진행을 하면서 춘천시정의 다양한 면모를 시민들에게 보여주려는 시도였다. 또 시정철학과 춘천여행을 묶은 ‘봄샘이 가족의 춘천여행’이라는 80여 페이지짜리 만화의 스토리를 써서 제작하기도 했다.(https://blog.naver.com/chuncheon_go/222175606793) 또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춘천을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었다. 나는 야립광고 업체에 요청해 새로운 광고판을 만들었다. 8개월정도의 긴 여정이지만 나올 때쯤에 완성됐다는 것에 마음이 놓였다. 물론 향후 진행여부는 모르지만, 지속된다면 춘천을 알리고, 잠시 라도 머물게 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캡처.JPG 춘천시에 제작할 때 만든 서울양양고속도로 상 춘천홍보 야립광고


물론 나는 실질적인 일은 4명의 담당계장에게 직접 맡기고, 가능하면 돕는 역할을 치중했다. 그 시간이 지나고, 그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모르지만 두 번의 응급상황에서 시가 더 큰 상처를 입지 않은 것이나 내가 일하는 기간에 나온 결과물들은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춘천에 있는 기간 나는 언론은 물론이고, 학계, 문화계 등에서 폭넓은 인간관계를 쌓았다. 내 앞에서는 나쁜 소리를 하기 힘들기도 했겠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많은 격려를 받기도 했다.

어떻든 이렇게 일하는 과정에서도 나는 내 모든 시간을 일에만 쏟지 않았다. 남는 시간은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데 썼다. 또 틈이 나는대로 춘천의 다양한 문화나 장소들을 보려고 노력했고, 그것을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이런 생활이 가능하게 한 가장 큰 배경은 내가 아침 일찍부터 일상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나는 보통 5시 정도면 일어나 간단히 양치를 하거나 바로 컴퓨터를 켜 글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 어떻든 아침 시간을 통해 한시간에서 두시간 정도를 자기개발을 위해 쓰는 것이다. 그리고 아침에 무엇인가를 해두면 이후 무엇을 보강할 지가 나온다. 그럼 하루 일과 중에 짬을 내서 그 일을 보충하면 된다. 가령 어제 집으로 10권 정도의 신간이 배송됐는데(목요일에 신간이 도착한다), 내가 읽어야 할 책은 5권 정도로 판단됐다. 나는 이 책들을 가장 가까운 책장에 놓고 틈이 나는대로 읽는다. 휴대하는 가방에는 한두권의 책을 넣는데, 오늘은 <나의 프랑스>라는 책이 너무 두꺼워 한권만 넣고 들어왔다. 그렇게 읽다가 완독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이렇게 시작해야 일주일에 2~3권 이상을 완독할 수 있다. 물론 봐야할 책이 모두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책은 인터넷 서점이나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입해서 읽는다.


처음에 이야기한 말처럼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 먹는다’가 항상 답은 아닐 수 있다. 또 일찍 일어난 벌레처럼 빨리 잡아 먹힐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인간이 일상에서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참 유용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명상은 하지 않지만, 새롭게 들어오는 지식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것도 좋은 생활습관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내 아버지도 진짜 아침형 인간이었다. 아버지는 종손이기 때문에 도시로 떠나지도 못하고 시골에 정주했다. 젊어서 부터 이장과 영농회장을 했기 때문에 일주일에 4~5일은 1.5킬로미터 거리의 읍내로 가셨다. 읍내로 가실 때, 술을 안 취해서 오는 날은 거의 기억에 없다. 아버지가 늦은 시간에도 오지 않으면 나는 차례로 마을별로 있는 점방에 들렀다. 그럼 대부분은 첫번째 점방인 영진이네 집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거나 술을 하고 계셨다. 그곳을 지나셨다면 집과 점방 사이의 어느 댁에서 술을 하시거나, 주무시고 계셔서 이곳저곳을 찾아가 아버지가 계신지 확인했다. 다음 점방까지는 한참이 걸리는데, 집에서는 1킬로미터 거리인데, 열번에 한번꼴로 그 점방에 계시기도 했다. 나는 술에 취한 아버지를 부축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안양으로 고등학교를 간 후에는 동생들이 그 일을 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다음날이면 새벽 4시에는 일어나 들판으로 나가셨다. 때로는 논두렁을 베고, 농약을 하거나 일을 하셨다. 당시 해야할 농사일을 하고, 점심 경에는 읍내로 일을 보러 가시곤 했다. 지금의 내 생활 패턴이 아버지랑 비슷하다. 다만 내가 그때의 아버지에 비해 술을 먹는 양이 다소 작다는 게 다행일 뿐이다. (집에서 고향 읍내까지를 다시 걸어서 회고한 글 http://omn.kr/m84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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