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전철 단상1]
오십중반의 신중년 한 명이 무심히 전철 밖을 바라본다.
“오늘 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갑자기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안에서 보였던 옥외광고가 생각난다. 안타깝게 경인선 전철 옆에는 그런 문구가 없다. 있다면 대부분 신축 아파트 광고 정도다. 내가 아파트 건설업자라면 차라리 이런 문구를 쓸 것 같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집에 가서 술 드시지 마시고, 두유 데어 드세요.”
드라마에서처럼 사람들의 일상은 대부분 애처롭다. 직장을 그만 두고 싶어도, 한달에 한번씩 들어오는 월급이 없다면 생활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인생은 너무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이런 출근길에서 막 만난 이성과 데이트를 생각했고, 결혼에도 이르렀다. 아이를 만나는 소식도 어쩌면 전철에서 전화를 받고 알았을 수 있고, 어렵사리 집을 마련했다. 아직 인서울을 하지는 못했지만 전철역 가깝고, 급행도 있는 경인전철은 그래서 좋기도 하다. 서울에 대학에 합격한 아이들도 힘들지만 자취나 하숙 대신에 전철로 통학하는 것도 행복이다.
생각해보면 어릴적 동네 이발관 뒤에 걸렸던 푸쉬킨의 시 만큼 위로가 되는 것도 없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마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그 좋은 일이 로또 1등 당첨 같이 커다란 것이면 좋겠지만 꼭 그럴 필요도 없다. 부평시장에서 산 달걀이 노른자가 두 개인 쌍알이면 그것으로도 좋고, 막 입학한 아이가 학교에서 100점을 맞아왔으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