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최고의 술집이야
혼술 , 혼밥, 혼커족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금요일만 되면 아직도 지인들에게서
불금 잘 보내고 있어?
라는 카톡이 오곤 한다.
이런 문자를 받고 나면 잠시 고민에 빠진다.
나는 집에서 혼밥, 혼술 하는 중인데...
잘 보낸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못 보낸다고 해야 하나.
불금에 집에 와서 혼밥,혼티 (혼자 TV 보는), 혼술 하는 나는 문제가 있는 것인가?
불금을 잘 보내려면 꼭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술을 마시거나 만나야만 잘 보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어느 누구도 불금을 잘 보내는 방법을 말해준 사람은 없는데
나 혼자 정한 불금이라는 정의에 나는 어쩌면 잘 못지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잠시 불안해진다.
혼술
근데 생각을 해보면 나는 대학시절부터 밖에서 1차를 하더라도 2차는 집에 와서 편하게 앉아서 맥주나 막걸리(?) 한잔 하고 TV 보다가 잠이 드는 게 더 좋았던 것 같다.
불금을 보내는 이유는 일주일간의 고단함을 주말에 늦잠을 자고 푹 쉴 수 있다는 홀가분함에 달리는 것 아닌가?
결국에는 홀가분함을 푸는 방식의 차이인데 누군가는 나가서 노는 것으로. 누군가는 집에서 혼술을 하면서 푸는 것이니 결국 나는 불금을 잘 보내는 중인 것이다.
물론 '자발적인 혼술러' 라는 점에서 말이다.
나와 같은 자발적인 혼술러에게 집은 최고의 살롱이다.
살롱엔 음악, 술, 안주, 그리고 조명 빠질 수 없지
싱글녀의 살롱이 오픈(?)을 하면 일단 불을 끄고 작은 조명만 하나 키고 노래를 틀어둔다.
다행히도 냉장고 속에 다행히 맥주 한 캔이 있다.
'한 캔이면 살짝 기분 좋게 마시고 놀기에 딱이지.'
'음악은 얼마 전에 새로 산 블루투스 스피커로 들어볼까?'
그리고 은은한 조명도 하나 켜고,
등을 기대고 앉을 큰 쿠션도 하나 가져오고
깔고 앉을 면 러그도 하나 준비하면
술상을 차리자
단출한 술상이다.
엄마 집에서 가져온 브리 치즈 반 덩어리가 남아 있었다.
부엌 수납장을 삳삳히 뒤져보니 참크래커 한 봉지가 나온다.
딱 이군. 크래커 위에 치즈를 슬라이스 해서 올린다.
접시와 컵은 작년 일본 도쿄 여행을 다녀오면서 프랑프랑 매장에서 사 왔다.
접시는 꼭 결혼해야만 하나씩 장만하는 게 아니라는,
싱글 때부터 하나씩 모아뒀다가 결혼할 때 들고 가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낑낑거리며
접시, 찻잔, 티팟, 유리컵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었다.
덕분에 오늘 싱글녀의 살롱은 서울 어느 술집보다 멋진 술상을 차릴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테리어를 결혼하면, 우리 집 사면 등등 나중으로 미룬다.
생각의 차이 일 순 있지만
나의 브런치 두 번째 글에서도 얘기하지만 현재 내가 살아가는 순간의 공간이 주는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과소비가 아닌 이상 , 싱글이라고 지금의 인테리어를 뒤로 미룰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맥주는 칭타오.
양꼬치는 없지만 치즈를 올린 크래커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그리고 술집처럼 테이블용 미니 조명 하나.
혼술을 자주 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한 잔 할 때는 가끔 집이라는 곳이 참 고마운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힘든 일상을 힐링해주는 편안한 존재.
집이 편하지 않으면 밖에서 돌다가 집에 와서는 잠만 자고 다시 나가기 바쁜 곳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집을 컨설팅을 해줄 때도 ' 편한 집, 쉬고 싶은 집'을 모토로 얘기를 해준다.
아무리 예뻐도 생활하는데 불편한 집은 금방 망가지고 쓸모없어지기 마련이다.
그건 귀신 나올 것 같이 정신없는 집이랑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 공간 디자인.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술 한잔 하면서 주절주절 말이 많았다.
그럼 난 혼술 후 이불속으로 쏙.
굿 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