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young Choi Apr 23. 2024

영국에는 소세지 빵이 없어요

소세지 롤(Sausage rolls)이 뭐길래


제 책, <영국은 맛있다> 교보문고 eBook에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

교보문고 사러가기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7378571



파리바게트를 위시한 한국의 빵집에서 흔하게 보이는 소시지빵. 보통 바삭한 페이스트리 위에 빨간 소시지를 얹어 옥수수나 케첩 등을 가득 뿌린 모양새다. 영국에서는 소시지빵을 찾아볼 수 없는 대신, 소시지 롤(Sausage rolls)이 있다.


소시지 롤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한국식 소시지 빵 하고는 이름 외에는 비슷한 구석이 별로 없는 녀석이라 말하고 싶다. 파이 페이스트리 안에 소시지가 담요를 둘둘 둘러싸듯 누워있는 모양새는 같지만, 처음 본 한국인은 “이게 소시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허여 멀건한 색깔에 당황할 수도 있다. 아직 케이싱 되지 않은 소시지 만드는 고기와 부산물이 들어간 탓이다. 한국 빨간 소시지와는 다르게 육즙이 풍부하고 허브 등의 갖은양념이 되어 있어 은은한 허브 향이 나기도 한다.


영국인들의 소시지 롤 사랑은 대단하다. 소시지 롤을 비롯한 스테이크 베이크, 샌드위치 등의 각종 주전부리들을 파는 그렉스(Greggs)라는 빵집에는 간단하게 한 끼니를 해결하거나 간식거리를 찾아온 아기와 아기 엄마 등 한 가족이 앉아 소시지 롤을 한 손에 들고 베어 물고 있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오죽하면 해외에 나온 한국인들이 김치를 찾아 헤매듯, 제대로 된 소시지 롤을 갈구하는 해외 거주 영국인들도 흔하다. 참, 그렉스는 영국 북부에서 흔히 있는 체인점으로 런던 등의 남부 쪽으로 내려갈수록 찾기 힘들어지는 빵집이다.


점심 시간대에 방문한 그렉스. 오른쪽 위가 소세지 롤이다.


그렇게 귀가 닳도록 듣던 소시지 롤을 처음 베어 문 순간. 따뜻한 퍼프 페이스트리 사이에 감싸진, 강렬한 육즙을 머금은 짭짤하게 양념된 간 돼지고기를 베이스로 한 영국 소시지가 씹힌다. 은은한 허브 향과 소시지의 조합은 버터리한 페이스트리와 좋은 궁합을 이룬다. 허옇게 보이는 소시지의 물 빠진 색깔이 언젠가 독일 바이에른 지방에서 먹었던 파슬리를 넣은 하얀 소시지, 바이스 부어스트(Weißwurst)를 연상시키지만, 그 뽀득거리는 케이싱이 없기에 전혀 다른 식감을 갖고 있었다.


영국을 여행하다 든든한 간식거리를 찾는다면, 길가에 보이는 그렉스 등의 체인점이나 빵집에서 소시지 롤을 먹어보는 건 어떨까? 현지의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해 심플하게 요리해 낸 영국 요리의 색다른 재미와 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인스타그램]

더 많은 여행 사진과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sunyoung_choi_writer


저작권자 © Sunyoung Cho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전 05화 찐 영국인도 질색하는 그것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