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마마이트(Marmite)
나는 음식에 편견이 없는 편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살기 편하게 최적화된 입맛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의 좁디좁은 기숙사에서 시큼한 흑빵에 러시아식 사워크림, 스메따나로 끼니를 때우며 행복해했고, 핀란드의 염화암모늄 사탕; 살미아끼(Salmiakki) 초콜릿을 아직도 그리워한다(에스토니아에서 우연한 기회에 20개를 사재기해 놓긴 했는데, 금방 바닥났다). 살미아끼를 먹어본 다른 한국인 왈, 삭힌 홍어를 잔뜩 농축해 놓은 짠 사탕을 먹는 것 같단다. 물론 대다수는 먹기도 전에 냄새만 맡아도 십리 밖으로 도망가는 편.
여하튼, 마마이트도 그런 존재다. 현지 영국인들도 이름을 듣자마자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함박웃음을 지으며 외국인인 네가 그걸 좋아하다니! 라며 재밌어하는 사람 두 부류로 나뉜다.
마마이트는 독일 과학자 유스타스 폰 리비히가 발명한 영국의 스프레드로, 효모 추출물을 기반으로 한 맥주 양조의 부산물로 만든다. 영국 회사이자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유니레버가 만들고 있다. 재료에서 눈치챘겠지만 마마이트는 비건이고, 비타민 B12를 비롯한 B 비타민의 좋은 원천이라고 한다. 사실 비타민 B를 섭취하려고 마마이트를 먹는 사람은 드물겠고, 옛날 충분한 영양식이 없던 시절 얘기다. 전통적으로 버터를 바른 토스트에 매우 얇게 발라 먹는다. 듬뿍 바를 경우 그 후폭풍은 누구도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마마이트 같은 사람(A person like Marmite)이란 표현은 중간이 없는 사람이란 뜻으로 흔히 쓰인다. 그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만 존재한다는 뜻이다. 유니레버의 TV 광고 전략도 비슷한 노선이다.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Love it or hate it).
찐 영국인들도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마성의 스프레드, 마마이트. 영국 슈퍼마켓에서 온갖 종류의 마마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내 요즘 최애는 트러플 향이 첨가된 마마이트. 잘 구워진 식빵에 버터와 함께 살짝 발라먹으면 그 풍미가 극대화된다.
달콤한 고급 과일 잼이며 온갖 스프레드가 즐비한 영국이지만 진짜배기 영국 체험을 원한다면, 마마이트를 바른 버터 토스트 한 조각도 나쁘진 않은 이색 경험일 것이다.
- ”영국은 맛있다(2024)“ 곧 교보문고와 예스 24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인스타그램]
더 많은 여행 사진과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sunyoung_choi_writer
저작권자 © Sunyoung Cho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