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컴버 티 샌드위치(Cucumber Tea Sandwich)
오이로 만든 샌드위치라니. 오이라면 질색을 하는 오이 반대파들에겐 별세계의 음식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오이 샌드위치를 처음 먹어본 건 2년 전 내 생일. 케이크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영국 고향집에서 소중히 들고 온 포트메리온 케이크 스탠드와 티 세트로 멋들어진 생일상을 차려준 M 덕분이었다. 묵직하면서 달콤한 크림치즈와 상큼한 오이의 뒷 맛이 조화로웠다.
본고장의 오이 샌드위치도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런던 메이페어의 클라리지스 호텔의 애프터눈 티에 서빙된 오이 샌드위치는 단정한 모습으로 눈부터 사로잡았다. 반짝이는 은색 트레이의 맨 꼭대기에 서빙되어 나와, 보는 재미까지 있다. 시그니처인 민트색 접시에 담긴 샌드위치들. 호사스러운 모양새에 걸맞은 맛이었다.
애프터눈티의 고향인 영국. 낭만적인 은식기와 민트색 찻잔이 매력적인 클라리지스 호텔(Claridge's)의 애프터눈 티 세트의 오이 샌드위치의 레시피(클라리지스 : 요리책, 마틴 네일, 2017)를 소개한다.
클라리지의 크림치즈와 호스래디쉬를 버무린 소스와 오이를 흰 빵으로 덮은 전통 오이 샌드위치는 잉글랜드 중심지의 유리 온실이나 야외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된단다. 전통적으로 오이 샌드위치는 흰 식빵으로 만드는 게 정석인데, 19세기 밀 가공 기술의 발달로 보드라운 흰 빵이 혁명처럼 여겨졌던 시절의 영향이다.
30g의 크림치즈에 잘게 다진 딜 5g과 껍질을 벗겨 갈아놓은 호스래디쉬 3g을 섞어 소스를 만들어 놓는다. 흰 식빵에 믹스한 크림치즈를 잘 펴 발라 얇게 슬라이스 한 오이를 겹쳐 올려주면 끝. 빵 모서리는 먹기 좋게 단정하게 잘라주는 것을 잊지 말자.
딜과 호스래디쉬 같은 재료들을 구하기 어렵다면 잘게 다진 양파도 충분히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나른한 오후엔 따뜻한 홍차와 상쾌한 맛의 오이 샌드위치를 즐겨보는 것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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