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웨딩케이크 문화
영국인들은 꽤나 웨딩 케이크에 진심이다. 결혼식 장소 선정과 웨딩드레스만큼이나 웨딩 케이크 고르기도 중요한 일로 꼽힌다. 행운과 번영을 상징한다니, 우리네 잔칫집 국수와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는 셈이다.
전통적으로 가장 선호되는 건 흰색 바닐라 크림이 덮인 프룻 케이크(fruitcake). 단단한 텍스쳐로 2, 3층이나 되는 케이크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어서다.
결혼 선서가 끝나면 신랑 신부가 케이크를 자른다. 퍼스트 댄스 못지않은 결혼식의 하이라이트다. 하객들의 시선이 집중되면, 신랑 신부는 자른 케이크를 서로 한 점씩 먹여준다. 결혼한 뒤 신랑 신부가 가장 처음으로 하는 일이기에, 모두의 박수를 받는다. 이제 남은 케이크는 하객들의 몫.
가장 꼭대기층의 케이크 조각을 냉동고에 얼려놓는 것도 전통의 일부다. 부부의 첫 번째 결혼기념일에 나눠 먹기 위해서다.
8월의 눈부신 잉글리시 서머. 한적한 목장에서 진행된 가족의 결혼식은 아름다웠다. 그들이 선택한 결혼 케이크는 다름 아닌 도넛과 컵케이크. 자유분방하고 쾌활한 그들다웠다. 꽃과 머랭 과자, 제일 위에는 그들의 키우는 테리어 강아지 장식이 사랑스러웠다.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되는 디즈니 음악에 맞춰 입장한 신부와 화려한 도넛으로 장식된 웨딩 케이크. 전통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지만, 새로운 변화에도 열려 있는 새 시대를 살아가는 영국인들의 단면이다. 그들의 새로운 시작에 축복을 보낸다.
*<영국은 맛있다> 교보문고 & 예스 24 출간 마무리 작업 중!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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