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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young Choi Jul 13. 2024

악마와의 토크쇼 (2024)

Late Night with the Devil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어린 시절 캐나다에서 살 땐 종종 심야 시간대에 토크쇼를 보곤 했다. 난방이라곤 안 되는 싸늘한 거실에서 따뜻한 무릎 담요를 덮고 소파에 기대어 앉아 호스트의 입담 감상하기. 언제 사소한 방송 사고가 터질지도 모른다는 라이브 방송의 아슬아슬한 스릴감도 감자칩의 짭조름한 양념 같은 재미다. 라이브 공연의 예기치 못한 불협화음처럼.


악마와의 토크쇼 (2024)는 독특한 시점의 영화다. 우리들은 반 강제적으로 1977년의 토크쇼, “밤올빼미 쇼”의 시청자가 되는 기묘한 경험을 한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되던 영화 초반, 내레이터는 지지직거리는 토크쇼 녹화본을 틀어주며 우리를 그 핼러윈 전날밤의 참극으로 안내한다.


이 경험은 악마가 빙의된 소녀 “릴리”가 카메라를 빤히 응시할 때 최대치의 공포감을 끌어낸다. 그녀의 무시무시한 시선이 TV를 넘어 당신을 빤히 바라볼 때, 우리는 주말밤 거실에 편안히 앉아 토크쇼의 스릴감을 즐기던 방청객 입장에서, 졸지에 금지된 비디오에 봉인된 악마에게 노출된 피해자 신세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릴리 역을 맡은 잉그리드 토렐리의 연기는 정말이지 대단하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호스트 “잭 말로이” 역할을 맡은 배우, 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의 발견이다. 다크나이트와 같은 굵직한 영화에서 조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 그렇긴 해도 주연으로써 한 영화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 란 의문을 말끔히 씻어주는 명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실제 토크쇼 호스트를 연상시키는 버터 바른듯한 매끄러운 진행은 말할 것도 없고. 그의 연기의 섬세함은 폐암 말기로 2주 뒤 세상을 떠나버린 아내와 출연한 토크쇼 녹화본에서 주고받는 절절히 떨리는 눈빛에서 정점을 찍는다. 물론, 이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의 반전을 밝혀내는 건 관객의 몫이다.


요약 : 토요일 밤 가벼운 라이브 토크쇼를 보듯 산뜻하게 시작했다가 삽시간에 끔찍한 결말로 인도하는 독특한 형식의 영화. TV와 1977년이라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당신을 응시하는 악마의 시선에 눈을 마주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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