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수면제 같은 영화
가끔 그런 영화가 있다. 평가가 지독하게 나빠, 대체 얼마나 엉망인지에 대한 호기심에 채널을 고정시키게 되는 영화. 마담 웹 (2024)이 그렇다. 주연 배우들마저 디스를 하는 영화라니. 이쯤 되면 영화의 셀링 포인트를 “최악의 영화”로 잡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역시 초반부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초능력을 가진 원주민 묘사는 엉성하기 짝이 없다. 넷플릭스에서 예고편으로 주야장천 내보내는 지하철 씬은, 빈 구석 투성이인 연출과 강약조절에 실패한 배우들의 연기로 설득력을 잃는다.
영화는 주연 배우인 다코타 존슨의 힘 빠진 말투처럼 러닝타임 내내 맥을 못 추고 흐느적거린다. 서스페리아 (2018)에선 분명 매력적이었던 그녀의 목소리는, 마담 웹에선 효과 만점인 수면제로 작용한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배우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영화. 그 불협화음은 관객의 짜증과 실소를 동시에 유발한다. 물에 빠진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철석같이 볼륨을 유지하는 그녀의 앞머리처럼 말이다.
얼마나 못 만들었기에 혹평 일색 인가로 시작한 호기심은 채 한 시간 반을 버티지 못했다. 소파에서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영화를 끝낼 의지조차 잃게 만드는 만듦새다. 화려한 할리우드 출연진에 소니의 자본력, 흥미로운 슈퍼히어로 소재를 가지고 이토록 맹숭맹숭한 영화를 만드는 것도, 어찌 보면 재주의 영역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닐까. 이토록 엉성한 거미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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