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제 슈페츨레(Käsespätzle)를 추억하며
하이델베르크에서 만난 미리엘은 그대로였다. 갈색 머리에 커다란 갈색 눈, 볼이 빠알간 앳된 소녀. 뉴욕의 한 호스텔에서 만나 함께 도시를 신나게 쏘다녔던 우리였다. 뉴욕에 3년마다 온다던 베테랑 여행자인 그녀는, 툭하면 경로를 바꿔 대던 뉴욕 지하철에 어지러워하던 나의 구원자였다.
독일에서 제일 크다는 크리스마스 상점을 구경하고, 하이델베르크 성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전형적인 관광 코스를 마친 뒤 오래된 식당으로 들어갔다. 나는 독일식 족발인 슈바인스 학세(Schweinshaxe)를, 고기를 먹지 않는 그녀는 치즈 달걀국수인 케제 슈페츨레(Käsespätzle)를 시켰더랬다.
슈페츨레는 밀가루에 달걀을 넣어 만드는 달걀 국수, 혹은 수제비의 일종이다. 만들기가 매우 단순해 독일 가정집에서 만들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리들(Lidl) 같은 저렴한 슈퍼에서도 아주 싼 값으로 구할 수 있으니 만드는 수고를 덜 수 있어 좋다. 독일에 있는 내내 질리지 않고 먹었던 단짝 같은 존재였다.
보통은 버터와 치즈를 가득 넣고 그 고소한 풍미를 담아 요리해 낸다. 슈페츨레를 삶고, 그대로 치즈를 섞기만 하면 되니 심플하기 짝이 없다. 그대로 먹기도 하고, 다른 메인 요리에 곁들여 먹기도 한다.
오늘 만든 이 감자 치즈 파스타는, 독일서 먹던 케제 슈페츨레를 닮았다 (치즈가 조금 더 들어가고, 에멘탈 치즈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감자 치즈 파스타 만드는 법>
재료 : 제멜리 파스타 (어떤 쇼트 파스타라도 괜찮다), 치즈 (에멘탈을 쓰면 더욱 좋다), 작은 감자 2개, 후추, 버터, 맛소금
1. 제멜리를 소금 친 물에 9분 간 삶는다.
2. 다 삶아진 제멜리의 물기를 뺀다.
3. 감자를 얇게 썬다.
3. 뜨겁게 달궈진 냄비에 버터를 듬뿍 녹이고 감자를 익힌다.
4. 감자가 투명하게 익으면, 불을 약불로 줄이고 제멜리와 치즈를 넣는다.
5. 치즈가 녹기 시작하면 잘 섞어주고, 충분히 녹으면 불을 끈다.
6. 그릇에 담고 적당량의 맛소금과 후추를 뿌리면 끝!
쌀쌀하던 12월의 하이델베르크, 추위에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따뜻한 카페에서 애플 사이다를 홀짝이던 어린 우리의 모습이 저 기억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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