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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밤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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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나 May 07. 2021

05. 유토빠이

우리는 빠이를 유토피아가 아닌 유토빠이라고 부른다. 발을 내딛자마자 느끼는 첫 느낌은 '현실에 이런곳이 존재하는구나'였다.

그리고 떠날때쯤 됬을땐 연습을 시작했다. 내가 그 어느곳에서 어떻게 살게 되어도 지금 이 느낌을 잊지말기로 그리고 여기서의 내모습이 진짜 내모습이 될수 있기를, 빠이에서 만나는 나는 스스로 느끼기에도 너무 매력있는 여자였다.





2019.12 빠이 태국

안 씻은게 아니라 발이 탄거다.

화이트붓다는 민소매와 핫팬츠를 가려야 올라갈수가 있었다. 태국의 모든 템플이 그렇다. 20밧을 주고 빌린 보라색 스커트가 꽤 마음에 들었다.


빠이의 작은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맞은편 여행사로 가서 300밧짜리 하프투어를 신청했다. 20분뒤에 바로 출발할 수 있다기에 나는 그 여행사에 배낭을 버려둔채로 투어를 떠났다. 처음보는 외국인들과 한 썽태우에 북적북적 낑겨앉아서 반나절을 돌아다녔다. 하프투어에는 화이트붓다,워터폴,뱀부브릿지,랜드스프릿,아이엠파이 카페,빠이캐년이 포함되어있었다.

이때만해도 여행 초반으로 혼자인것은 너무 익숙한데 외국친구들이랑 처음 보자마자 친근하게 어울리는건 아직 나에게 어려웠다. 먼저 손내밀어주지 않으면 인사조차 건내는것도 수줍어했었다. 그냥 빠이캐년에 혼자 앉아서 선셋을 바라봤다.

나에겐 아무생각도 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했다.








pai river jam hostel

하루에 80밧, 빠이에서 제일 저렴해서 선택한 호스텔이다. 체크인을 하면서 올리버가 근처 수영장을 무료로 이용할수 있는 쿠폰을 주었다.

"리버잼 사람들은 여기 공짜로 사용할 수 있어. 원하면 더줄게!"


와이파이도 잘 안되고 낮엔 덥고 밤엔 춥다.

하지만 아침엔 해가 뜨는걸 볼 수있고 밤엔 별이 쏟아지는걸 볼수 있다. 아침일찍 선선 할때 일어나 강가에 쭈그려 담배 한대를 피는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주변에서 누군가는 요가를 하고, 누군가는 플룻을 연주하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린다.

그렇다 이곳은 히피들의 천국이었다.

처음에는 그들이 무서웠다. 늘 취해있고 제정신이 아닌것같기도 하고 이유없이 실실거리는 사람들도 있고 정상적인 사람이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들은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그저 삶이 자유롭고 행복한 좋은 사람들이다.  나도 히피가 되고싶었다. 그렇게 나의 짐을 하나씩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변하기로 마음먹었다.









pai canari hostel

리버잼 호스텔도 너무 좋았지만 갑자기 호스텔을 옮기고 싶어졌다. 이유는 없고 그냥 즉흥적이었다. 아마도 나는 조금씩 변하고 있었던것 같다.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싶었고 새로운 장소에 대한 두려움도 없애고 싶다.

새로 옮긴 카나리 호스텔은 처음 경험하는 형태의 도미토리였으며, 바로 앞에 흐르고 있는 강이 제법 깨끗해서 튜빙도 하고 해질때쯤 되면 동네 꼬마애들이랑 물놀이를 하기도 했다. 어제까지만해도 히피들과 어울리다가 오늘은 현지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웠다.

옷이 물에 젖을까봐 물에 들어가는것을 두려워하지도 않았 누군가 베푸는 친절을 거절하지도 않았다.




빠이가 나를 바꿔놓았다.


리버잼에서 별이 쏟아지는걸 함께 봤던 그사람도 나를 응원했다. 떠나는 나에게 발찌를 선물했다.

그는 현실로 돌아가고 나는  여행을 시작한다. 한국에 돌아가도 우리가 다시는   없을것을 이미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다. 적어도 나에겐


유토피아, 나의 안식처 빠이

첫 빠이는 이정도면 충분했다고 느꼈다.

나는 이곳에서 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자유롭게 사는법를 배웠기에 이제는 도망자가 아니라 여행자가 되기로 했다. 내일 어딜갈지도 몰랐고 모든것에는 기약이 없었다. 대신  여행으로 지칠때쯤 이곳에  다시 돌아오리라 다짐했다.

이것의 나의 첫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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