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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우 May 17. 2024

무당의 친구들

 조금 있으면 내 친구들과 함께한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2, 3년 후면 그렇게 될 텐데 그때쯤 우리 나이는 많아봤자 30대 중반이다. 나는 그게 조금 이상하다.


 우리는 20대 초반에 만나서 누구는 무당 됐고, 누구는 사업을 하고, 누구는 가게를 하고, 누구는 직장을 다니는데 누구 하나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게, 매년 친구의 법당에 연등을 올리는 게, 기도를 올리는 게, 함께 바다에 가서 초를 켜고 무언갈 비는 게, 그게 지금껏 이어진다는 게, 그런데 우리 나이가 30대 중반도 안 됐다는 게 너무 이상하고 신기하다.


 우리는 각자의 수호신이 있다는 걸 알고, 각자의 수호신이 누구인지 알고 그게 조상에서 왔다는 걸 알며 조상을 잘 섬기는 게 나의 뿌리를 섬기는 일이고, 그것이 곧 나의 기틀이자 지반이며 그것이 우리를 어디서도 지게 두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그걸 우리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알았고 단 하루도 거스른 적 없다는 게 너무 신기하지 않은가. 그걸 아는 사람끼리 모여 이렇게 산다는 게 너무 신기하단 말이다. 나는 살면서 우리 같은 집단을 본 적 없다.


 우리는 모이면 바르게 살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논의한다. 인간을 위태롭게 하는 것들을 생각해 본다. 모순, 두 가지 마음, 줏대 없음, 화살 돌리기, 피해자 행세, 그런 것들이다. 우리는 이것들을 서로에게 가지며 성장했다. 서로를 미워하고 피해자 행세하고 화살 돌리고 두 가지 마음 가지며 질투했고, 들킬 때마다 싸우고 화해했다. 친구의 성장이 배 아픈 것, 온몸으로 축하하지 못하는 것, 그런 거 다 우리 바닥이라는 거 우리는 싸워가며 배웠다. 그러나 우리는 착한 사람이다. 자신의 바닥을 두 눈 뜨고 볼 수 없다. 인간 바닥이란 게 얼마나 더럽고 비겁한 줄 알아서 내버려 두고는 못 배긴다. 우리는 서로로부터 그런 사람이지 말자고 마음먹게 됐다. 그 마음 먹음이 우리를 우리 밖에서도 빛나게 한다.


 우리 신을 믿고, 각자의 수호신을 믿고, 인간 됨됨이를 따지는 게 좋아 죽을 것 같다. 내가 이 집단에 소속돼 있는 게, 이 집단이 내 뒷배라는 게, 내가 이들의 뒷배일 때도 있다는 게, 어떤 악도 우리를 이길 수 없다는 게 좋아서 미쳐버릴 것 같다. 우리가 힘을 합쳐 우리 집단 밖의 누구를 구하는 게, 우리 집단으로 끌어들이는 게, 우리를 찾아온 사람이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돌아볼 수밖에 없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좋아서 미쳐버릴 것 같단 말이다.

     

 제발, 제발 내 친구들이 조금 더 유명해지고, 조금 더 부자가 되고, 조금 더 명예 있어서 세상이 한 보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나는 내 친구들의 성장이 사회의 성장이라고 믿는다. 이렇게나 인간 됨됨이 돼서 단 한치의 모순을 견디지 못하고, 악행을 보지 못하고, 무소불위 권력자와 싸울 때는 죽어도 그만이라고 믿는 인간이 한 보 앞으로 나아가면 사회도 성장하지 못하고는 못 배길 거라고 믿는다.


 오늘치 자랑 다 했다. 이기는 싸움, 지는 싸움, 안 가리고 다 하는 내 친구들 좋아서 어제 잠을 설쳤다. 나는 한 번씩 어떤 감상에 빠져 잠을 설치는데 그 감상은 보통 좋은 쪽이다. 그것도 친구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좋은 봄이다. 좋은 여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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