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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치료사 Aug 02. 2020

음악치료사의 코로나 극복기 5

코로나 검사, 하늘의 별 따기

미국에서는 4월 초 중순까지 Urgent Care (긴급치료센터)에 연락하더라도 위급한 사람이 아니라면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해주지 않는다. 운이 좋게 뉴욕시티병원에서 일하는 직원이라,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그리고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4월 첫째 주는 코로나 중증인 직원들에게만 검사를 시행하고, 둘째 주부터는 확진자 접촉해서 코로나 증상이 있는 직원들을 검사해주기 시작했다. 나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큼의 중증은 아니었지만, 하루빨리 예약을 잡으려 첫째 주에 수십 번 전화를 했다. 예상대로 한참 동안 신호음만 울리다 자동응답기로 넘어갈 뿐 사람에게 닿지는 않았다. 이미 확진자인 수많은 병원 관계자들이 동시간대에 예약하려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첫 주는 포기하고 둘째 주를 기약했다. 하지만 둘째 주 역시 전화연결은 쉽지 않았다.  그날은 내가 첫 병가를 낸 월요일이었고, 하루 종일 30분에 한 번씩은 전화를 했다. 수십 번의 시도 끝에 오후 5시 전에 드디어 사람과 통화를 하게 되었으나, 다음날 아침 다시 전화해서 예약을 하라고 통보를 받았다. 무척 허탈했다. 근처 Urgent Care에도 물론 전화를 돌렸지만, 검사 키트가 모자라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응급실을 가거나 자가격리를 하라는 말뿐.


그렇게 다음 날 아침 일찍 전화를 했다. 역시나 자동응답기로 넘어갔다. 오기로 계속 전화를 돌리고, 9시 되기 몇 분 전 드디어 사람과 연결이 되었다. 내 상황을 설명해줬는데, 혹시나 이번에도 제외될까 봐 조마조마했다. 확진자 환자와 접촉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운 좋게 예약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근처 병원은 예약이 차 있어서 다음 주에 가능했고, 1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는 당일 예약이 가능했다. 멀어도, 무조건 예약을 했고 하루빨리 검사를 받아 마음 편히 회복하며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무사히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를 마치고 의자에 앉자마자 갑자기 울컥했다. 혼자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에 검사받으러 온 것이 서러웠던 걸까 아니면 무사히 병원에 도착해서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었을까. 나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엉엉 울었다. 마스크로 최대한 가린 얼굴이지만 주체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과 들썩이는 어깨는 가려지지 않았나 보다. 지나가는 직원들마다 안부와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주었다.


긴 대기시간과는 달리 검사는 거의 1분 만에 끝났다. 들어서자 온 몸을 무장한 의료진이 반겨주었고, 불쾌할 거란 경고와 함께 양쪽 코에 차례로 긴 면봉을 깊숙이 넣었는데, 생각보다 더 깊이 들어가 채취해서 하마터면 중간에 재채기가 나올 뻔했다. 뭔가 코의 신경을 건드리고 어떠한 자극을 받았는데 뭐라고 표현을 하지 못하겠다. 그 후 뭔가 후각이 뚫린 건가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여전히 냄새는 맡을 수 없었고 콧물만 자꾸 흘렀다. 그렇게 이틀 안에 검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빨리 나으라는 말과 함께 길을 나섰다. (결과는 이틀 안에 나오지 않았다.)


검사를 하고, 나는 증상들이 증폭된 느낌을 받았다. 더 심해지고, 무척이나 피로가 몰려오고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발열은 없었지만,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바로 호텔로 돌아가지 못하고, 검사했던 병원과 가까웠던 집에 들러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중간중간 지인들에게 검사를 하고 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 날의 고통과 괴로움은 잊히지 않는다.


병원을 나가고 집에 가는 길에 드는 생각은 무작정 엄마가 보고 싶었다. 지금 내 상태를 전해 들은 엄마는 놀랐지만, 침착하게 잘 챙겨 먹어야 한다며 집에 와있으라고 말하셨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엄마가 있는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엄마는 천식과 호흡기 질환이 있으셔서, 코로나에 걸리면 정말 위험하다. 나는 그저 호텔에서 격리하며 완쾌 후 집으로 가야겠다 다짐했다. 하지만, 그 다짐은 호텔 격리 5주 차 때 일어난 교통사고와 코로나의 시너지로 인한 더 심한 증상에 시달리면서 깨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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