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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옥 Sep 26. 2023

이런 학부모도 있어요

~ 가장 좋은 환경은 사람 ~

법 없이도 살아온 셈이다.

교육법을 들여다 생각도 없었다. 교권이니 아동보호법이니 아무것도 모르고도 몇 십 년간 교사를 해왔다. 그저 양심이 법이었다.

20평 교실에서는 선생님 말이 곧 법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런 시대는 전설이 되었다.      

교사인 엄마의 삶이 좋아 보여서 교사의 길을 택한 우리 아들에게 괜히 미안해지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할 때 느껴지던 내 삶의 의미를 아직은 아들도 공감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하면 운이 좋은 것일까. 아들에게 요즘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면 아들의 대답은 항상 간단하다

“그런 학부모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부모가 더 많으니까.”이다.     



연일 뉴스에 나오는 일들이 아들 학교라고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같은 사건 다른 반응이다. 같은 일이라도 어떤 학부모와 학생을 만났느냐에 따라 상황은 정말 다르다.     


학교폭력으로 분리조치받은 피해학생이 아들 학급으로 학급을 옮겼다. 교장 교감선생님의 통사정을 거절할 수 없어 수락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엄마 마음으로는 단호하게 거절 못한 아들이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교사로서 잘해나가길 응원할 수밖에 없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기도뿐이다. 기도할 때마다 얼굴도 모르는 그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기도를 한다. 아들을 만날 때마다 그 학생이 잘 적응하고 있는지 확인을 한다. 처음보다 밝아지고 친구도 생겨서 잘 지낸다고 하니 좀 안심을 한다. 학부모도 이제 자녀가 적응하는 것에 안심을 하며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기로 각서를 썼다고 했다. 학급 아이들에게도 학부모에게도 감사하다.      

학생들과 함께 사제동행을 즐기는 아들이다. 함께 운동도 하고 게임을 즐기다 보면 거리감도 없어지고 소통의 즐거움을 맛본다고 아들이 좋아한다. 아들의 선동으로 학생들과 피구를 했다. 한 학생이 공에 맞아서 안경도 부러지고 얼굴에 상처가 났다. 아들도 몹시 당황했다. 응급조치를 하고 병원에 다녀왔다. 아들이 학교안전공제회를 신청해 주었지만 학부모는 사양했다. 경기를 하다 보면 순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빨리 피하지 못한 실력부족이라며 안전공제회 혜택도 사양했다. 어떤 의의도 제기하지 않고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다. 몇 번이고 안전공제회라도 받으라고 해도 학부모는 괜찮다며 걱정 말라고 했다. 안경도 안과 치료도 모두 본인 부담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학생의 상처가 다 낫도록 피구게임을 선동한 아들이 미안했다.      



누구에게나 생때같은 자식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교육적이 될 수도 있고 사건화가 될 수도 있다. 당연히 받아도 되는 학교안전공제회 도움까지도 사양하며 교육현장을 이해한 학부모의 너그러운 이해에 가슴이 찡했다. 그렇게 넉넉한 형편도 아닌 듯하다는 말을 듣고 더욱 고개가 숙여졌다. 치킨 집을 운영한다는데 동네 가면 매상이라도 올려주고 싶다.      



사건 00프로에 나오고 SNS에 오르내리는 그런 학부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이런 학부모도 있다. 그런 학부모보다 이런 학부모가 아직은 더 많다고 믿고 싶다. 그러기에 세상이 아주 썩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것 아닐까. 그런 학부모보다 이런 학부모가 많기에 아직은 많은 선생님들이 교단을 지키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 학부모보다 이런 학부모가 많고 그런 학생보다 이런 학생이 많기에 부당하고 억울하게 죽은 선생님을 대신해서 공분이 들끓고 심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환경이라고 한다.

법보다 서로 믿고 이해하는 분위기가 되어야 마음 놓고 교육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준 학부모님이야말로 이 시대에 좋은 교육환경이 되어 주었다. 보기 드문 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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