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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옥 Nov 03. 2023

가을이 물어보는 이야기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하늘이 괘청하다. 햇살이 부드럽다.

그냥 걷기만 해도 감성이 말랑말랑해지는 이 가을을 그저 좋아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가을이면,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내 모습을 부끄럽게 하는 시가 있다. 윤동주 시인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라는 시다.

지금이 내 인생의 가을이기 때문에 시가 주는 물음이 예사롭지가 않다.     



오늘도 이 시의 여운이 산책하는 나의 마음을 맴돌며 자꾸 물어본다.

나의 가을은 어떤 모습인가!

황금빛으로 눈부신 은행잎까지는 되지 못했어도 알록달록  곱게 물들어 가는 나뭇잎만이라도 되었으면 좋으련만ᆢ…. 폭염과 폭우와 천둥 번개를 이겨내고 탐스럽게 열린 사과, 배, 감, 밤, 대추 등을 보며 나는 무슨 열매를 얼마나 맺었는지…….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가을을 맞이할 수밖에 없지만 이 가을이 나에게 물어보는 이야기에 선뜻 답을 하지 못 해 아쉬움을 달래느라 가을 숲을 자꾸 거닌다. 수북수북 쌓이는 낙엽까지도 애틋하다. 이 가을이 물어보는 이야기에 답을 생각하며 걷고 또 걷는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시 - 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에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여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꿔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내 마음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놓아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후회 없는 삶을 위하여....   


       

( 단풍도 낙엽도 삶의 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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