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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창에 써보는 선생님

~ 밥값도 못한 제자 ~

by 강신옥

스승의 날이다.

노트북을 열어 검색창에 ㅇㅇㅇ선생님이라 써보았다.

선생님이 세상에 안 계신 줄 알면서도 연락할 곳이 없어 괜히 검색창을 두드려 보았다. 가라앉아 있던 그리움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행여 살아계실 때 흔적이 인터넷에서라도 떠오르지 않을까 애꿎은 검색창만 자꾸 두드렸다. 역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었다. 컴퓨터가 나오기 전, 핸드폰 세상이 오기도 전에 선생님이 세상을 뜨셨으니 아무 흔적도 없었다. 30여 년이나 지났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시공간을 초월해서 선생님은 우리 가슴에 살아계신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다.

입학식 첫날 대면했을 때 50 중반을 넘은 인자한 아버지 느낌이었다. 선생님은 아침마다 늘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부르며 우리들 안부를 물었다. 야간자습을 할 때면 퇴근했다가 다시 학교에 오셔서 밤길에 조심하라고 일러 주셨다. 선생님과의 만남은 너무 짧았다. 아쉽게도 선생님은 1년 뒤 장학사로 발령을 받아 학교를 떠나셨다. 그래도 1년 담임한 우리들에겐 영원한 담임이셨다. 고3 때 학력고사를 볼 때도 학력고사장을 돌면서 우리들을 격려해 주셨다. 내가 교육대학 시험을 치를 때도 선생님 댁에서 하루를 숙박하게 해 주셨다. 선생님 집이 학교 근처에 있다고 굳이 배려를 해주셨다. 선생님은 타지에 계셨지만 선생님 부탁으로 사모님이 우리들 식사를 준비해 주셨다. 직장 다니느라 바쁜 선생님따님이 출근하면서 우리를 학교까지 안내해 주었다.



내가 교사가 되어 첫 발령을 받았을 때도 선생님은 내가 근무하는 학교를 직접 방문하셔서 교장 교감선생님께 잘 돌봐달라고 부탁하셨다. 초임이라 여러 가지로 어렵고 힘들었던 나에겐 큰 격려가 되고 교장 교감선생님도 감동하셨다. 늘 우리들의 버팀목이 되어 주시고 울타리가 되어주신 선생님이셨다.



교사로 근무할 때는 스스의 날이면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었다. 선생님을 만날 기대에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자랑을 하며 퇴근 시간만 기다렸다. 작은 선물을 챙겨서 몇 명이 함께 찾아뵈면 선생님은 꼭 밥을 사 주셨다. 밥값을 계산하려고 하면 선생님 단골 식당이라 선생님이 예약하면서 벌써 계산해 버렸다.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었다. 몸 둘 바 몰라 원망 아닌 원망을 했다.



선생님은 잊지 않고 찾아준 것만으로도 기특하다고 고마워하셨다.

훌륭한 교사가 되어주는 것이 밥값이라고 하셨다. 그 말씀이 나에겐 늘 빚으로 남아 있다. 선생님을 만날 때마다 밥을 사주시니 빚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밥값을 하려면 더 잘해야 하는데 항상 주어진 일만 하기에도 시간과 능력이 부족해서 헉헉거리며 따라가기 바빴다.



이제 선생님은 세상에 계시지 않다.

그래도 나에겐 아직 선생님이 세상에 계신다. 사는 날 동안 어찌 잊으랴!

선생님은 세월이 흐를수록 희미해지지 않고 더 생생해진다. 나이가 들고 세상을 살아갈수록 선생님처럼 살기가 어려운 일임을 깨달아 가기에 내 가슴속에 선생님이 점점 되살아난다. 겸손이 아니라 사실 나는 선생님 말씀대로 살지 못했다. 그야말로 아직도 밥값도 못했다. 밥값을 다하지 못한 죄책감에 선생님이 더 그립다.


검색창에라도 선생님 이름 두드리는 그리움을 알기라도 하는 듯 오늘은 봄비가 내렸다. 봄비에 흠뻑 젖은 초록들이 며칠 사이에도 성큼 자라고 생기 있어 보였다. 많이 먹으라며 자꾸 밥을 권하던 선생님 목소리가 봄비에 돋아난다. 비에 젖고 흔들리면서도 더 푸르러지는 초록을 보며 밥값도 못한 제자, 나에게도 선생님은 봄비였다.



오늘 스승의 날!

검색창에라도 선생님 이름 써보며 먹먹해진 가슴으로 그리움을 달래 본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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