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 아빠의 딸 3
오늘 네가 태어났다.
너무 작은 체구이지만 울고 그치기를 반복하며
가끔씩 나와 눈을 마주치는 네가 귀여웠다.
엄마는 수술방에서 후처치를 하는 동안
네가 나왔고
4시간 뒤 허락된 면회.
병동에서 신생아실로 가는 길은 두 갈래로 되어있더라.
근데 갑자기 눈물이 났어.
오른쪽은 어린이병원이라 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지만
왼쪽길은 내가 수없이 다녔던 길이었기 때문이지.
너의 친할머니가 수술하고 입원했던 암병원으로 가는 길이었거든.
순간 눈물이 미친 듯이 나오더라.
돌아가신 지 벌써 7년째인데
어제부터 이상하게 어머니 생각이 자꾸 났었어.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 그 시간에 나는 비엔나에 있었는데
정확히 어머니가 의식을 잃으신 시간, 나는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다리가 풀리면서 그 자리에 머리를 부여잡고 주저앉고 말았었다.
이건 정말 설명을 할 수가 없어. 직감적으로 어머니가 떠나실 걸 알 수 있었거든.
다행히 인공호흡으로 생물학적으로는 살아계시게 생명 유지장치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내가 귀국할 때까지 기다려주시긴 했지만
기계를 떼면 바로 돌아가실 상태였지.
하지만 네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쓰다듬고
안을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었기에 감사한 마음뿐이었단다.
그런데 어제 네가 태어나기 하루 전날 밤
네 엄마랑 병원 라운지에서 이야기 중이었는데
그때의 비엔나에서와 같이 아빠는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몸에 힘이 빠졌었다.
그동안 일이 많아서 피로가 너무 많이 쌓였었나 싶었는데,
기분이 그 당시와 똑같았었기 때문에 네 할머니가 곁에 계신다는 느낌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었단다.
오늘 신생아실 앞에서 너를 기다리면서 나는 속으로 기도했다.
'엄마, 내 눈을 써서 손녀를 한 번만 봐주세요!'
순간 내 눈이 뜨거워져서 눈물이 났는데
그게 내 엄마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전날에는 왔다 가셨다는 건
한 번 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곧 네가 간호사님과 함께 등장했고
나는 너를 내 눈에 가득 담았다. 아마 너의 친할머니도 함께 하셨을 거다...
엄마는 회복 중이라 병실을 지켜야 해서 면회 때는 널 보러 아빠만 다녀왔어.
너는 부기가 빠지니까 더 작아졌더구나.
괜찮아. 너는 일찍 세상에 나왔을 뿐이니까.
네 엄마 뱃속에서 가끔씩 들었던 내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하더구나!
내 엄마도 널 꼭 봤었어야 했는데! 아빠는 네 친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이런 순간이
안타까울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이런 순간이 되니 더욱 가슴이 미어지더구나.
그런데 분명 아빠의 엄마는 널 보면 정말 좋아했을 거야.
그 모습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
네 친할머니가 어떤 미소로 널 맞이할지를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에
오늘 아빠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울었고 아직도 많이 그리워하고 있다.
너는 이런 가슴 아린 그리움을 겪지 않도록
아빠가 최대한 건강히 네 곁에 살아있었으면 좋겠구나.
너도 건강히 자라기를 바란다.
내일 또 보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