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드립니다!
페이스북에, 인스타그램에
연주 소식을 알리면 하나같이,
"축하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선생님!",
이라고 포스팅 댓글로 남기는데
도대체 축하할 일이 무엇인지
축하받을 일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음악을 시작했다.
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인 진로를 정하는
친구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전공용어(영:Terminology, 독: Fachwort)나 업계에서 쓰는 말 중에도 <축하한다!>는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나 보다.
(국외에서도 음악하는 친구들이
똑같이 ‘축하한다’고 하던데...)
나는 이 말을 그대로 '배워서' 꽤 오랫동안
선생님, 스승님들께 똑같이 써먹고 있었다.
문득 '내가 이분께 무엇을 축하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만이 가진 축하의 이유를
짧게나마 남기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해석을 세상에 펼칠 기회를 얻으심에
축하드립니다!"
"공연 준비에 힘드셨을 텐데 마침내 마무리의 시기가 왔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대관에 성공하셨군요! 실적점수를 획득할 수
있으심에 축하드립니다, 고생하셨습니다!'
--> 이 말은 지금 생각난 거 ㅋ)
사실 "고생하셨습니다!" 라든가,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말이라면
적어도 나에게는 훨씬 와닿는 표현이다.
공연을 준비하는 게 즐겁기만 한 일인건지?
작곡가의 의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써놓은 그대로를 연주하는 게
얼마나 힘이 드는지 너무 잘 알아서
적당히 그리고 빨리빨리
해치우는 연주를 위한 준비를 하는 건지?
목표를 위해 드는 힘의 양은
개개인이 모두 다르겠지만
나는 아직도 '무엇을' 축하해 주는지 잘 모르겠다.
간단한 목적어 하나만 적어주면 좋겠다.
'생일'축하처럼 담백한 표현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