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스무 살에 하고 싶은 것을 하렴

by Abler

엄마의 메디컬과 재수 간 보기에 상관없이 이과아들은 대학에서의 연락을 받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학식은 물론 고등학교 졸업식도 하기 전에 신입생 환영회를 필두로 새내기 대학이니 새터니 일정이 잡히기 시작했고, 과 동아리 이벤트에도 참석하더니 대학 등록금도 내기 전인데 동아리 회비부터 송금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학교 체육복만 입고 다니던 녀석이 옷을 사러 가자 하질 않나. 라식 수술을 자청하고 피부에 바를 것을 찾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본색(?!)을 드러냈다. 안 했던 것이 아니고 못했던 거였나.


양가 조부모님들을 포함하여 온 가족이 출동한 공식적인 입학식을 베풀듯 마친 후에는 얼굴 보기가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초등학교를 처음 보내면서 학교에서는 어떻게 생활하는지 너무너무 궁금해서 몰래카메라라도 달고 싶었던 그때처럼 캠퍼스 생활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심지어 안 그래도 단답형 이과아들은 집에 와서는 잠자기에 바빴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약간의 불안함도 없을 수는 없었다.

주량도 잘 모르는 상황에, 전국 팔도에서 모인 다양한 연배의 동기 및 선배들과는 잘 어울리는지.


어디 가서 뭘 하는지. 사이비종교 전도에 따라가는 건 아닌지. 술인지 뭔지 주는 대로 다 받아먹는 건 아닌지 등등. 대학 가면 멋진 어른처럼 주도도 가르쳐주고, 인생 선배 조언도 해주려고 했던 노부모는 그냥 뒷전이 되어버렸다.


가족들의 합격축하금을 받은 걸로 같이 쇼핑을 좀 하고 나서는 남은 돈과 알바 비용을 위한 통장을 개설해서 학생증 체크카드를 연결하고, 학교 모임과 행사 정산을 위한 카카오페이를 사용하니 이제 돈 씀씀이는 부모의 관리 밖이었다. (그런데 엄마 카드는 아직 반납하지 않았다!)


게다가 팔순 부모 눈에야 환갑도 아직 어린아이라지만 이제 사회는 독립준비하라고 독촉하고 있었다.

남편은 만 18세와 만 19세 미성년자와 성인 사이의 아이 명의 국민연금과 계좌들을 챙겼고, 이 와중에 병무청에서는 신검날짜를 정하라고 우편물을 보냈다.


벌써 여름방학에는 동아리에서 해외여행을 간다며 항공운임 결제를 한다 하니 가슴이 부둥부둥 떨렸지만 생각해 보면 나 또한 1학년 여름방학 해외연수프로그램에 가겠다고 통보했었으니 이 또한 유전이구나. 놀람과 걱정에 눈썹이 팔자가 되어버린 남편을 보니 수십 년 전 친정아빠의 단속이 생각나 웃음이 터졌다.

동아리에 밥약에 미팅에 수업은 들어가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


수업은 어떠냐
어 할만해
그럼 됐다.

아직 교양뿐이라니 전공 공부가 잘 맞을지, 평생 업으로 삼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원서 쓸 때 해 준 말은 아직 유효하다.

미래는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를 일.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렴.


아들은 그동안 배운 국영수사과와 인내를 기본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탐구해 보고, 살던 동네와 대치동보다 더 큰 세상을 보고 경험하며 시야를 확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엄마도 이제 입시카페도 정리하고 학원문자들은 수신거부하고, 픽업 라이드에서 벗어나 엄마 나이의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우리 따로 또 같이 멋진 인생의 2라운드를 위해 열심히 살자꾸나.

sticker sticker















이전 17화의대가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