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 높은 즐거움

글을 쓴다는 일

by 언디 UnD

매일 글 하나씩을 쓴 지가 꼬박 1달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소재를 찾는 게 어려웠고

그다음에는 한 문장을 시작하는 게 막막했고

더 시간이 지나자 이후에 이어질 문장을 한 발 앞서 떠올려놓아야 하는 책임감이 버겁게 느껴졌다.


나의 경우는 개요는 자세히 쓰지 않지만 보통 제목을 먼저 짓고 글을 써 나가는 편인데, 그렇지 않으면 머릿속에 글 전체의 키워드가 명확하고 일관되게 떠오르지 않아 흐리멍덩해지거나 삼천포로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논리 추론법에 비유하자면 연역적으로 써간다고 해야 할까. 곁다리로 빠지고 싶은 마음을 써둔 제목을 보며 자제시킨다. 글의 정체성을 먼저 결정짓고 이후 덜 고생하고 싶은 마음, 매도 먼저 맞자는 주의다.


이렇다 보니 글의 제목을 불러오는 일은 가장 어렵고 고민되는, 잘하고 싶은 작업이다. 제목을 짓는다고 표현하지 않고 불러온다고 표현한 것은 이 작업이 짜내거나 작하지 않고 뇌 한 구석에 이미 있던 것, 아니 어쩌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표현을 인출해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다 보니 글의 이목구비인 제목에 마음을 쏟게 되는 이유도 한몫한다. 좋은 제목은 예쁜 사람처럼 돌아보게 만드니까.


가장 막막하고 어려울 때는 내 머리와 마음속에 글의 제목이 없었는 데 있다고 착각하고, 순서를 바꾸어 먼저 써버렸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다. 마음이 앞서 글을 '싸질러' 버린 셈이다. 이럴 때는 글 내용에서 강조하고 싶은 점에 따라 제목이 중간중간 계속 바뀐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이 때는 여러 옵션 중 베스트를 꼽기 위해 후처리를 한다. 제목을 고른 날이다. 그런 날은 제목을 한 번에 불러온 날 보다는 영 시원찮은 기분이 든다. 쓰면서 고민한 티가 나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글을 쓴다는 행위는 본능에 충실한 일이기도 하지만 본능적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에 다소의 고민과 훈련 과정이 필요하다. 글을 쓰는 일과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 나아가서 어떤 방식으로든 평가를 받겠다는 것은 용기까지도 필요로 한다. 무언가를 규칙적으로 하기 싫어하는 본능을 이겨내고, 생각을 언어라는 형식으로 변환하는 행동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내적 스트레스가 발발하기도 한다. 고민도 훈련도 싫고 용기도 내기 힘든 게 사람 일반인즉, 이 행위는 정말 부자연스럽고 고통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근데도 그냥 글을 쓰고 나면 뿌듯하고 좋다. 그 자체로도 좋은데, 반응까지 있으면 말할 수 없이 더 좋다. 라이킷 한 번에 내 눈은 웃고 있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 배가 불러온다. 이상하고 신기하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사랑받고자 하는 외로운 존재라는데, 글을 내보여준다는 것은 누군가가 내 생각을 예뻐해 주기를, 소중히 여겨주길 바라는 마음인 것 같다. 그 누군가는 다른 사람 아닌 나 스스로일 때도 있다. 글쓰기를 하면 나 자신도 새롭게 보고, 때로는 객관화된 시선으로 때로는 더없는 공감으로 스스로에게 반응하게 된다는 점에서 좀 특별하다.


예전엔 말하고 싶은 게 마음에 가득히 차 있을 때 글을 쓰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글은 쓰다 보니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알게 되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희한한 점을 발견했는데, 나는 글쓰기의 어려움에 대해 불평하고 싶었는데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처럼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도 나는 제목을 불러오는 일에 실패하고, 제목을 다시 짓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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