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에서 마주한 서점의 시간
이른 아침, 교보문고에 들렀다. 직원들은 책을 정리하고 도난 방지용 칩을 붙이는 작업으로 분주했다. 그 모습을 보니 문득 오래전 서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아마도 영등포서점, 혹은 영등포서적이었던가, 이름이 가물가물하다.)
그 시절 서점에는 책을 보관할 창고가 따로 없었다. 대로변 건너편에 창고를 두고, 거기서 수레에 책을 실어 날라 매장에 전시하는 일이 주 업무였다. 지금 생각하면 몹시 비효율적인 방식이었다. CCTV가 일반적이지 않던 때였으므로, 도난 방지는 오로지 아르바이트생의 두 눈에 의존해 처리해야 했다.
현재 교보문고는 커다란 책상과 의자를 곳곳에 마련해 방문객이 마음껏 책을 볼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과거에는 어떤 서점도 독자를 위한 자리 배치를 하지 않았다. 좋은 세상이다. 새 책을 골라 앉은 자리에서 원하는 만큼 읽을 수 있는 시대라니!
책을 정리하는 직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을 보니 다시금 과거의 기억이 선명해진다. 책을 가까이할 요량으로 선택했던 서점 아르바이트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업무에 파묻혀 정작 내가 읽고 싶던 책은 펼쳐보지도 못했다. 결국, 좋아하는 일도 직업이 되고 나면, 그 일을 순수하게 즐기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