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얻어내기 1탄
고3 입시기간을 거치고 끝내 대학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내가 대학 합격통지서를 받은 건 미용실에서였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던 중 엄마에게서 카톡이 왔다. 재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에 내심 안도했다. 그러다 문득 내 머릿속을 스친 건 ‘애완동물’이었다. 이제 더 이상 수능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고 대학 불합격의 걱정도 사라졌으니 즐길 일만 남았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애완동물을 사서 기르기로 마음먹었다.
어릴 적 나는 늘 강아지를 갖는 게 소원이었다. 강아지와 함께 사는 친구들은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나는 동물들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라서 공공장소에서 강아지를 보면 항상 쓰다듬었다. 중학교 동창 친구와 ‘만약 강아지를 키우게 된다면 어떤 종을 선택할까?’ 란 주제를 두고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아이는 웰시코기, 나는 골든 리트리버를 생각하며 수다를 떨었다. 나는 골든 리트리버 키우는 생각만 해도 행복했다. 그렇기에 그 아이와 강아지 얘기를 자주 하곤 했다.
내가 초등학생 시절일 무렵 부모님에게 늘 강아지를 갖고 싶다고 졸랐다. 강아지를 잘 돌볼 자신이 있으며 항상 지켜줄 수 있다는 사명감이 컸다. 그러면 아버지는 내게 여러 가지 제안을 하곤 했다. ‘시험 올백 맞으면 강아지를 사줄게.’ ‘저 놀이기구 타면 아빠가 강아지 사줄게.’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강아지 사줄게.’ 등등. 나는 강아지를 너무나도 갖고 싶었기에 어떻게 해서든지 그 퀘스트들을 다 성공해내고 싶었다. 하루는 아빠가 놀이터에서 정글짐 위에 올라가서 거꾸로 매달려서 버티기라는 내기를 제시했다.
나는 최대한 오래 버티며 강아지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시간 내에 버티기에 성공했고 나는 당당하게 강아지를 사달라는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아빠는 그 뒤로 강아지를 절대 사주지 않았다. 유기견을 알아보고 있다는 말을 믿었지만 시간은 흘렀고 그렇게 강아지는 흐지부지하게 끝나고 말았다. 나는 포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인지라 그 뒤로도 계속 강아지를 갖고 싶다는 꿈을 저버리지 않았다.
‘대학 합격하면 강아지를 키울 수 있게 해 줘.’
나는 부모님이 그토록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대신 강아지를 키울 수 있게 허락해달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아빠는 회사 일 때문에 바쁘고, 엄마는 직장을 그만두고 동생과 나 대학 보내기에 힘쓰니 집 안은 늘 칙칙했다. 강아지라도 있으면 칙칙한 집 안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 같았다. 나는 보란 듯이 대학에 합격했으니 이제 강아지를 살 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가진 돈으로 온라인 펫 샵을 찾아 강아지 구매를 결정했다.
태어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크림색의 강아지였다. 그 아이는 집 근처 펫 샵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는 강아지 키우는 일을 왜 내 멋대로 결정했느냐며 화를 냈다. 나는 어찌 됐든 약속을 받아냈고 대학에 합격했으니 강아지를 사겠다고 했다. 결국 나는 엄마와 함께 펫 샵에 가 강아지를 보러 갔다. 강아지를 보러 간다는 기쁨에 젖은 채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펫 샵을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