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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Mar 17. 2024

엄마랑 갈까?

투투 이야기


햇살이 따뜻하다. 투투는 자꾸 엄마를 쳐다보며 꼬리를 흔들기 시작한다.

"왜? 투투"

' 엄마, 산책 갈 시간이에요!'

"ㅎㅎㅎ 갈까?"

귀가 쫑긋쫑긋.

"산책 갈까?"

빙글빙글 돌며 뛰어오르더니 휭하니 현관으로 나가는 투투.


엄마는 투투를 놀리고 싶다.

"투투야, 이번엔 형아랑 갔다 와."

투투 동공지진이 일어나며 그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줄을 들고 다가오는 형아를 피해 엄마에게 달려온다.

'엄마랑 가요!' 

꼬리를 더 격렬히 흔들며 신호를 보낸다.

"엄마랑 갈까?"

'네, 네, 네!' 

빙글빙글 도는 투투.


"알았어. ㅎㅎ 가자!"

 세상 가벼운 뒤태로 혀를 빼물고 웃는 투투의 가슴을 만져보니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뛴다.

"투투 콤 다운. 진정하세요~~ 자, 오늘도 안전한 산책을 위해 이상한 거 주워 먹지 말고 고양이 보고 흥분하기 없기. 약속하세요~"

엄마 얼굴을 핥으며 웃는 투투.

"뭐야, 투투, 대답한 거지? 약속했다"


수술 후 줄곧 40여분의 짧은 산책만 해 온 투투는 요즘 집에 안 들어오겠다며 버티기를 한다.

"오늘은 숲으로 갈까. 조금 길게 갈 거야. 괜찮겠어?"

투투는 말귀를 알아듣는 걸까. 평소보다 흥분하며 더 적극적으로 냄새 맡기에 몰입한다. 숲에 들어서자 투투의 발걸음이 느려지며 코를 땅에 박은 채 킁킁댄다. 땅에 떨어진 열매도 입에 물었다 놓고 누군가의 흔적을 뒤지느라 정신이 없다. 기온이 제법 올라 투투는 더운가 보다. 집이 가까울 무렵 혀를 길게 빼고 걸음이 느려졌다. 이렇게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집에 온 투투는 냉큼 욕실로 들어가 발을 씻고 오리고기 간식 한 개를 냠냠 먹더니 어느새 제 자리에 누웠다. 평소보다 길었던 산책이 조금 힘들었나 보다. 조금씩 그렇게 단련하는 거야. 그래도 녀석, 기분이 좋구나. 네행복해 보여 엄마는 더할 나위가 없구나! 투투야, 건강하게 잘 걸어주어 고맙다!



물소리길로
숲은 매우 건조하고
낙엽은 바스락 거린다
한 걸음에 계단도 넘고. 수술이 잘 됐어
이끼에 코 박고 킁킁킁
낙엽들 사이로 새순들이
개울은 명랑하게 흐르고
킁킁 이 작은 돌에 누군가의 흔적이
나 왔다 간다
어, 새다!
산수유가 피기 시작했다
아, 벌써 더워!
즐산했어요. 산책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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