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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Jan 23. 2024

투투, 코 고니?

투투 이야기


너무 춥다. -14도라는데, -20도쯤 되는 거 같다. 한낮이 넘었는데도 현관문의 성에가 하얗다. 쉽게 열리지 않아 두 손으로 밀었다. 손잡이에 손이 달라붙을 뻔했다. 대문을 나서기 전인데 다리가 얼어버릴 것 같다. 내의를 입지 않고 나온 걸 후회했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눌러쓴 외투의 모자가 훌렁 벗겨진다. 투투도 추운지 눈을 가늘게 뜨고 턱을 살짝 들고는  엉거주춤 서 있다.  위에 조끼를 더 입힐 걸, 하고 생각하는데 생각이 다.


"투투야, 너 쉬하다가 얼어버리는 거 아니니? 시베리아에서는 소변이 나오면서 슬러시처럼 얼어버린대. 솔제니친이 그런 이야기를 썼거든. 어우, 말하니까 이 시려. 빨리 쉬하고 들어가자. 너무 추워."


평소 같으면 가자고 했을 텐데 투투도 추운지 대충 쉬하고 냉큼 돌아선다. 10여 분간 밖에 있었는데 둘 다 뻣뻣하게 얼어버렸다. 이렇게 추운 날이면 투투도 쉬하러 나오기 참 싫겠다. 그치?


전기장판을 켜고 침대로 들어갔다. 몸이 녹으니 노곤해졌다.

"엄마 추워서 이불속으로 들어가야겠어. 우리 한숨 자자."

침대로 올라가는 엄마를 보더니 투투도 제 잠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투투는 엄마가 일어나면 일어나고 엄마가 움직이면 움직인다. 엄마가 부엌일을 하면 부엌으로 따라와 앉아있고 엄마가 앉아 책을 보면 발밑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다가 이마에 햇살을 받고 존다. 투투는 엄마가 일할 때, 수업할 때,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릴 땐 방해하지 않는다. 가르치지 않았는데 저절로 그렇게 한다. 그런데 엄마가 TV를 볼 땐 장난감을 물어 온다. 엄마가 티브를 보면 이때다 싶어 장난감을 물고 와 엄마 발밑에 떨어뜨리곤 기대를 잔뜩 품은 얼굴로 꼬리를 치며 어서 놀자고 코로 밀어준다. 투투는 상황을 파악하는 천재견이다. 절대 고슴도치 엄마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발치에 앉아 있다 스르륵 존다.


문득 드르릉 푸~, 드르릉 코~하는 소리가 들린다. 투투의 코 고는 소리다. 투투, 코 고는 거야? 찰칵! 카메라 소리에 번쩍 눈을 뜨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눈을 감고 다시 코를 곤다. 다시 찰칵! 투투는 대부분 엄마를 향해 머리를 두고 자는데 찰칵 소리가 성가셨나 보다. 끄~응 하더니, 등을 돌리고 잔다. 등 돌린 투투의 모습이 우습다.

"투투, 너 서운하다. 아빠가 등 돌리는 건 상관없지만 네가 그러니까 서운하다 야. 투투야, 일어나. 그만 자."

투투 들은 척도 안 한다. 나도 졸렸다.


날이 무지 추운 날, 우리는 세상 밖에 있는 듯 낮잠을 달게 잤다.



음냐음냐
드르렁 푸~~코~~
사진 찍지 마요
아유, 성가셔. 더 잘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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