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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May 09. 2024

아, 또

투투 이야기


엄마가 귀엽다고 남겨둔 인형이 있었습니다. 투투가 달라고 조르는 것을 피해 선반 위에 높이 숨겨두었습니다. 그런데 그만 투투가 인형을 보고 말았습니다. 투투는 서서 인형을 노려보기 시작합니다. 아주 집요합니다. 포기가 없습니다.


투투는 형아방에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평소 형아의 기척이 나면 도망가고 으르렁거립니다. 왜냐하면 형아는 투투를 몹시? 사랑해서 격하게 끌어안거나 어깨 위로 올리거나 배를 보이게 한 후 꼼짝 못 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간식을 주기라도 할 때면 온갖 개인기를 다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투투는 형아가 나타나면 으르렁 거립니다. 하지만  엄마가 외출하면 투투는 기댈 곳이 형아뿐입니다.  어쩔 수 없이 형아와 있어야 합니다.


형아와 있던 투투는 웬일인지 잘 들어가지 않는 형아방에 들어갔고 엄마가 감추어 둔 인형을 보고 말았습니다. 점수를 따고 싶었던 형아는 인형을 홀랑 주고 았습니다.



인형을 물고 엄마를 맞이한 투투는 꼬리를 치고 좋아합니다. 투투 그거 뭐니? 하고 물으니 후다닥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습니다. 엄마에게 살짝 으르렁 거립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제 것이라고 건들지 말라고 합니다.



그거 엄마 꺼야. 달라고 하니 흰자위 가득한 눈으로 엄마를 봅니다. 엄마가 버릇없이 그런 눈으로 본다고 꾸중을 하자 금방 미안한 얼굴이 됩니다.



엄마 니까 달라고 손을 내미니 몹시 곤란한 표정을 짓고는 발로 잡고 인형을 사수합니다.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안 내지만 주둥이가 살짝 떨립니다.



엄마가 손을 거두지 않자 물었던 인형을 슬쩍 놓고 인형의 머리는 턱으로 누른 채 억울한 표정을 짓습니다. 인형을 내준 투투에게 내심 만족한 엄마는 투투를 칭찬하고 커피 한 잔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돌아보니 아, 또 인형이...



헉! 투투야. 인형이 왜 두 개니?

투투는 또 오또카지? 하는 얼굴입니다.



분리된 인형 얼굴을 물고 곁눈질로 엄마 눈치를 봅니다. 형아가 다가오자 공연히 으르렁거립니다. 엄마는 기가 막힙니다. 아무 말 없이 돌아서는 엄마를 보던 투투는 침으로 축축해진 인형 머리를 물어다 자꾸 엄마에게 갖다 줍니다. 싫다고, 엄마는 머리가 제대로 달린 인형이 좋다며 받지 않았습니다. 물끄러미 엄마를 쳐다보던 투투는 인형머리를 물고 안방으로 들어가더니 누워버립니다.



인형머리를 채웠던 솜까지 다 빼버리곤 이제 관심 없다는 듯 낮잠을 자려고 합니다. 나가서 자라고 해도 들은 체를 안 합니다.


아, 또 이렇게 인형이 분리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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