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짧은 생각

이해와 오해

짧은 생각

by Eli


비가 오는 걸 좋아하느냐,

눈이 오는 걸 좋아하느냐


어느 땐 비가 좋다가도

어느 땐 눈이 좋고

때로는 그 둘 다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니

나는 비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눈이 싫은 사람인지 모르겠다.

어느 날은 아무것도 넣지 않은 커피를 좋아하다가도

어느 날은 바닐라향 달달한 커피를 찾는다.

나는 늘 같은 사람이 아니다.

당신도 그렇다.


나 자신도 종종

다른 사람이 되곤 하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자꾸 잊어버리고선

이해할 수 없다며 괴로워한다.

마치 텅 비어 있는 파일에서 자료를 찾듯이

이해할 지점을 찾는 것이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밑바탕엔

이해하려는 마음보다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찾으려는

감정과 본능, 기대가 깔려있다.

그런 것은 채워지지 않는다.

이해는 오해의 이란성 쌍둥일 뿐.


이해가 가능할 거라고 믿는 오해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다리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다.

어제는 그렇게 오늘은 이렇게

그날 그 때 왜 그랬는지도 모르는

이토록 변덕스러운 나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또 오해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다가 밑줄을 긋는 것은

설령 오해가 되더라도

이해하고 싶다고 여전히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어서

불필요한 자책을 하지 않게 되거나

타인을 좀 더 이해함으로써

누군가와 친구가 될 수 있다면,

그런 멋진 일을 생의 작은 승리라 부른들,

그리 과한 표현은 아니지 않을까."

(어떤 섬세함, 이석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