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해장국을 사러 가서
메뉴판을 보며 나는 망설였다.
나는 내장이 들어간 것을 좋아하고
남편은 선지만 있는 걸 좋아해서
무엇을 사가야 할지 고민을 했던 거다.
익히 잘 아는
해장국집 메뉴판을 들여다보다가
내가 먹고싶은 내장탕이 아닌
남편이 좋아하는 선지 해장국을 골랐다.
집에 와 먹을 것들을 풀어놓으면
내가 먹고 싶은 것이 아니어서
나는 서운하고 때로 속상하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마."
라는 친구의 말을 듣다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무엇인지 알고
하지 않는 것이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또 해장국을 사러 갔고
또 선지 해장국을 사 가지고 왔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은 내장탕이지만
나 좋다고 사는 것을
나는 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를 배려하는 것도
누군가를 염려하며 마음을 쓰는 일도
해장국 살 때의 그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그 마음이
때론 오해를 낳을지라도
하고 싶은 것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나는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표지 그림 출처 :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