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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처음 신접살림을 차렸던 동네에 가본 적이 있어요. 구불구불한 동네였죠.
얼기설기 전깃줄이 늘어지고 옆집이 훤히 들여다 보일만큼 다닥다닥한.
그 길을 한참 올라가야 빨간 벽돌 이층 집이 있었어요.
아마 그 집에서 오빠를 가졌을 거예요.
오래전에는 1층에 가겟집이 있었데요. 지금은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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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바구니에 기다란 줄을 매달아 필요한 목록을 적은 쪽지를 넣고 가겟집으로 내렸데요.
주인이 쪽지에 적힌 물건을 넣어 흔들면 우물을 길어 올리듯 들어 올렸데요. 고작해야 라면이었는데. 그게 뭐라고 그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렇게 맛있었다 그래요. 추억이라... 그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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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가진 만큼 잃는 것 같다고 그랬대요
글귀대로 그려진 날 어둠 속에 잦아드는 말소리 가요
흰머리만큼 주름진 아내 가요 가로등만큼 굽어버린 남편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