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raetic sensibility Feb 10. 2021

파랑

서원의 나비 

백인 아이가 선비들의 모임을 바라본다. 바람결에 흩날리는 금빛 머리카락, 노란 나비가 되어 회색의 담과 계단, 붉은 기둥과 검회색 기와를 오간다. 사방에 깔린 선을 거침없이 넘나들며.


서당의 마당에는 정사각의 연못, 정우당이 있다. 여름이면 연꽃을 가득 피워내는 곳이다. 퇴계는 정원에 사군자를 의미하는 꽃과 나무를 심어 벗이라 불렀는데, 그중 매화를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퇴계가 매화를 좋아했던 것은 꽃에 담긴 의미 때문인지 모른다. 매화는 道를 상징하는 꽃이니.


도리를 지키는 것은, 선을 그어나가는 일이다. 퇴계가 말한 사람됨은 어쩌면 삶에 그려진 선들을 지켜나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비가 되고 싶다. 자유롭게 선을 넘나드는. 선 때문에 나는 쉽게 움츠러들고 눈치를 봤었는지 모르겠다. 하지 못한 일도 많았다. 돌이켜보면 그런다고 큰일이 일어나진 않았을 텐데.

작가의 이전글 파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