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해외 파견을 결심한다는 것
3월 21일, 우간다 국경이 닫혔다. 공식적으로 엔테베 국제공항이 모든 입/출국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 것이다. 소문만 돌았을 뿐, 예고에 없던 국경 폐쇄 소식이라 지방에 사는 여러 출국 예정자들은 밤늦게/아침 일찍 공항으로 이동했다. 이런 뉴스를 예상치도 못했던 나는 20일에 출발하여 21일, 한국에 도착해 소식을 접했다. 부랴부랴 한국으로 오는 이들의 안전을 진심으로 두 손 모아 기도한 밤이었다.
그리고 약 8개월 후, 다시 우간다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선별진료소에 가서 평생 받을 일 없을 줄 알았던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시시각각 바뀌는 마스크 해외 반출 허용 개수를 확인코자 매일 관세청 홈페이지를 들락거렸다. 주변 사람들을 만나 ‘코로나19 시대의 해외 생활’에 대한 다채로운 우려와 걱정을 듣고, 열명 중 한 명 정도 “상황은 열악하지만 그래도 이 상황에 사람들이 해피하게 지낸다는 곳으로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응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10월 1일자로 우간다 국경은 다시 열렸고, 이를 알리듯 다시 돌아 오는 것이 결정된 건 10월 말쯤 이었다. 사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일자리는 소중했고, 앞으로의 커리어패스를 고민해봤을 때 현장 경험은 내게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작년 9월에 와서 1년을 온전히 채우고 갔다면 고민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을 텐데. 코로나19 때문에 중간에 어쩔 수 없이 돌아갔으니 1년도 안되는 경험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모든 사업이 소극적으로(=동의어: 그 어느 나라 보다 안전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내가 뭔가 직접 해볼 수 있는 건 힘들겠단 판단도 있었다. 간단히 말해 “한국에 있었으면 아무것도 못했을 것 같아서”다.
다시 만난 우간다는 놀랍게도 똑같다. 이렇게 똑같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똑같다. 내년 초 선거를 앞두고 있어 큰 광고판에는 정치인들의 얼굴이, 우리 동네 진자Jinja의 메인 스트리트는 부실 공사를 이유로 도로 공사가 한창중인것만 빼면 하나도 바뀐 것이 없다. 올해 초에 들은, 본인들은 뽀쇼Posho를 먹어서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다는 우간다인들의 농담까지 똑같다. 이곳에 오래 계신 선교사님들이나 몇 년 만에 출장 온 NGO 직원 분들이 “바뀐 게 하나도 없네~” 라며 자조의 말씀을 하시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작년처럼 한 해 업무를 마치고 크리스마스 연휴가 막 시작됐다. 딱 이맘때쯤 르완다 갈 생각에 두근두근 했었는데 올해는 출국하려면 PCR 검사를 받아야해서 동네 분들과 조용히 연휴를 즐기기로 했다. 사실 1~2월에 총선, 대선이 있는지라 게릴라성 선거 캠페인 및 상대편의 반대 시위 등으로 수도 캄팔라Kampala로의 이동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할 나위 없이 재충전하고, 여행은 내년 이스터 휴가를 노려야겠다.
출국할 때 들었던 모든 걱정과 우려를 오히려 요즘엔 내가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에게 하고 있다. 우려했던 대로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까지 되가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어디에 있던 건강과 행복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와 당신 모두!
덧붙여 이것저것 두 손 무겁게 챙겨준 친구들과 공항 근처만 가도 위험하다는 ‘이 시국’에 배웅 나와준 가족, 남자친구, 회사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