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현장 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l Dec 03. 2019

무중구를 바라보는 시선들

따뜻하고도 날 선 눈동자

글은 고작 2개 끄적여놨지만 사실 이제는 수시로 현장에 가고 있다. 처음보다 이유도 천차만별이다. 데이터 수집이 필요해서, 진짜 모니터링 때문에, 한국 커뮤니케이션팀에 보낼 예쁜 사진이 필요해서 등등. 이유야 어찌 됐든 기관 조끼를 입고 Supervisor가 꼭 확인하고 오라고 하는 점들을 우선순위로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생기는 궁금증을 이것저것 묻게 된다.


초반에 간 곳들은 주로 깊은 시골 속 학교였던 지라 우선 ‘자동차’가 등장하면 학생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리고 ‘무중구’가 내리면 운동장에 있던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고, 그래서 교실 안에 있던 학생들까지 뛰쳐나오는 진 풍경이 펼쳐진다. 까르르까르르 웃으며 별 것 아닌 동작과 움직임에도 환호해주는 순수함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모르는 곳에 갔는데 욕먹는 것보단 나으니까
사무실로 복귀하려는데 뒤를 돌아보니 이만큼이나 있었다.

처음에는 저렇게 환호하는 학생들이 신기했다. 그런데 한 번, 두 번이 쌓이고 쌓여 두 손으로 세기 어려운 횟수만큼 마주치다 보니 이제 '내가 그렇게 신기하게 생겼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단순히 환호하고 구경하는 게 아니라 옷이나 팔을, 머리카락을 만진다던지 회의를 해야 하는데 교무실 입구에 학생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도무지 내용 전달이 안된다던지 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슬슬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무중구!'라고 외치는 하이톤의 목소리들이 소음으로 들리는 순간순간이 있다.


한 번은 커뮤니티 주민이 나와 현지 직원들을 안내해주며 어느 건물 앞에 멈추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그 건물은 커뮤니티 주민센터로 사용하려고 하는 공간인데, 돈이 부족해서 아직 공사가 완성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결론은 예상 가능하듯, 돈 달라고 하더라. 내가 무슨 힘이 있겠나. 못 알아들은 척 호호호 웃고 지나쳤다. 어쨌든 나는 아무것도 못 들은 것이다.

저곳을 채울 벽돌이 필요하다고 했다. 영어 몰라요, 아임 낫 잉글리시.

나보다 30cm는 더 커 보이는 커뮤니티 주민이 손목을 잡는다거나 해서 현지 직원들이 대응해주는 모습을 보면 '내가 현장 나오는 게 도움이 안 되겠구나'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신기하고, 무섭고, 낯설고 돈 줄 거 같은 무중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현실을 맞닥트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이뤄지는 환경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므로 (될 수 있는 대로) 열심히 나가보려고 한다. 비가 이만큼 왔을 때 // 도로가 이 정도 유실되니까 // delivery는 언제 해야 되는구나- 공부할 수 있고, 지금 잘 봐 두면 나중에 비슷한 활동을 할 때 글자로만 보더라도 (지금보다는) 덜 헤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다. 허허 백문이 불여일견이려니.


번외 사진. 모니터링 중에 마주한 길거리 음식.


매거진의 이전글 이래서 모니터링이 중요한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