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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 청메이 May 16. 2019

베를린 이야기 1

역사의 현장 베를린, 독일인에게 들은 독일 이야기

첫 팀에서 인연을 맺게 된 언니가 3년 전 베를린으로 떠나 그냥 거기에 정착을 해버렸다.

2년 전 옥토버페스트에 갔을 때 아쉽게 하루 차이로 만나지 못했던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그 이후로 한번도 한국을 찾지 않는 그녀덕분에 이번 기회아니면 어려울 듯해서 아웃편을 베를린으로 끊어놨었다.


솔직히 이상하게 독일은 별로 땡기지 않는 나라라 한번도 여행 메인장소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 언니가 아니었다면 굳이 선택지에 넣지 않았을 듯 하다. 다만 옥토버페스트에 반해서 그 축제는 친구들이랑 다음에 꼭 한 번 같이 가야겠다고 생각은 했었다.


근데 베를린 너무 괜찮은 도시였다.

독일의 수도인데 물가는 오히려 싼 곳. 발걸음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역사적 의미가 담겨있는 곳. 내 머릿속 딱딱한 독일인들이 아닌 자유분방한 사람들.

그냥 대충 살펴보면 될 줄 알았는데 결국 절반도 보지 못하고 왔다. 그래서 한 번쯤 다시 가고 싶은 도시가 되어버렸다. 미련을 남기는 것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닌듯.



베를린의 핵심포인트는 일단 역사.

냉전으로 인한 동독과 서독, 베를린 장벽의 흔적

나치정권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기록, 반성의 모습들

그리고 기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근교, 포츠담

이 정도일 것 같다. 근데 이 정도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볼 거리가 많다. 특히 우리에게는 분단과 일제강점기 등 와닿는 지점들이 많아서 뭔가 찌릿찌릿한 감정들이 올라오는 곳이다. 

베를린 장벽 기념공원(Berlin wall memorial)
곳곳에 남아있는 베를린 장벽의 흔적들
우리나라의 통일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세워진 베를린의 뜬금없는 정자, 통일정.
유대인 박물관(Jüdisches Museum Berlin). 이 곳은 당시 유대인의 실상이 아닌 그들의 감정을 공간예술로 표현해놓은 곳이다. 상당히 새로운 느낌이었다.
포츠담회담이 이뤄진 장소. 현재는 호텔로 사용중이다. 혹시나 설명글에 우리나라에 대한 언급이 있을까했지만 종전을 선언한 의미있는 장소라는 것만 기록되어 있다.



언니의 독일인 남자친구가 하필 또 역사 전공인데다 이런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친구라 짧은 시간이었지만 궁금한 것들을 계속 물어봤다.


- 동독이랑 서독이 통일됐을 때, 뭐 당연히 정부는 훌륭한 일을 했다고 했을건데 정말 일반 시민들은 그걸 다 환영했어? 그러니까 내 말은, 사실 우리도 분단국가잖아. 난 당연히 통일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그렇다고 우려되는 것들이 없지는 않거든.

= 일단 그 당시에는 다들 좋아하긴 했던 것 같아. 근데 너무 급작스럽게 되어버려서 정말 많이 혼란스러웠어. 동독과 서독의 경제적 차이가 너무 심해서. 난 그때 어렸어서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렴풋한 기억 속에 장벽이 무너진 뒤 내가 사는 지역에도 벤츠, BMW, 폭스바겐같은 차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어. 그 전에 동독에서는 차를 보기가 거의 힘들었거든. 가끔 어떤 서독애들은 서독애들끼리 몰려다니면서 동독애들을 껴주지 않는 것들도 있었고. 심지어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지점들이 남아있어.  너희가 통일이 된다면 정말 많이 준비하고 해야할거야.


- 독일정부가 난민에 대해 수용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 포르투갈에서 독일에서 7년째 살고있는 한국인을 만났는데 난민 수용 이후에 도시가 위험해졌다고 느낄 정도라고 해서.

= 글쎄. 어려운 문제이긴 한데 난 난민들이 범죄를 높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범죄는 그 전에도 쭉 있었던 거고 우리 집 근처에 난민들이 몰려 사는 곳이 있는데 다들 친절하고 착해. 그런 사람들도 있고 아닌 사람들도 있는 거지.  

- 그거 때문에 나치쪽 정당 지지율이 올라갔다던데.

= 응. 전혀 영향력 없는 정당이었는데 3대 정당이 됐으니까.


참고로 베를린은 뮤지엄패스가 잘 되어 있다. 성인 29유로, 학생 14.5유로에 3일동안 베를린에 있는 약 50가지의 뮤지엄과 미술관을 볼 수 있다. 보통 박물관이 8~10유로 수준이니 패스 구입하는 것이 상당히 유리하다. (무료인 곳들도 꽤 있다. 이럴 때 보면 프랑스는 정말 나쁘다. 다 훔쳐온 걸로 너무 돈을 비싸게 받는다.) 물론 나는 계획적이지 못한 사람인데다 내가 머문기간은 일요일과 월요일이 포함되어 있어 안 여는 곳이 많아 유대인 박물관만 갔다. 친구의 국제학생증으로 2유로로 in. (원래는 6유로. 사진으로도 가능하니 주변 친구가 있다면 유럽여행엔 국제학생증 꼭 가져가시길)



베를린을 설명하는 둘째는 문화다.

매년 2월마다 열리는 베를린 영화제, 그리고 베를린 필하모니.

영화제는 지금 시기가 아니니 어쩔수없다쳐도 베를린필 공연은 현지에서 보고싶다는 마음에 급하게 찾아봤는데 아쉽게 내가 머무는 기간엔 오케스트라 연주가 없었다. 다만 언니한테 들은 꿀정보는 매주 화요일 오후 1시에 베를린 필하모니 콘서트장 로비에서 무료로 런치콘서트를 한다고. 그래서 결정했다. 다른 건 다 못해도 저건 꼭 가겠다. 그래서 내 베를린의 마지막 일정은 베를린 필 런치콘서트였고 역시나 좋은 선택이었다. 나이 지긋한 분들도 바닥에 앉아서 공연을 보고(좌석엔 뭔가 신체적 어려움이 있는 분들에게만 허용한다) 애기들도 모두 들어올 수 있다. 그 어린 나이부터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하게 되니 공연 매너가 좋은 것 같다.

베를린 필하모니 콘서트홀
런치콘서트 시작 전 로비의 분위기.
약 40분 간 진행된 연주


이 날은 타악기 연주라 내가 원한 관현악을 듣지는 못했지만 꽤 신선했다. 타악기로만 하는 공연은 처음 본 것 같다. 원래 사진촬영이 불가한데 독일어 모르는 나는 일단 찍었고 나중에 누굴 제지하는 것을 보고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휴, 운좋았군.

왜 자꾸 덩덩쿵덕쿵으로 들리는지. 어쩔수없는 한국인.



멘붕으로 가는 바람에 하루를 사실 그냥 날려버린 베를린이라 돌아오는 길 아쉬움이 무척 컸다.

또 올게, 언젠가. 그 땐 정말 여행을 왔다는 행복한 마음으로 다시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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