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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 청메이 May 16. 2019

베를린 이야기 3

역시 독일은 맥주

10일이나 있었던 리스본 이야기는 한방에 다 써버리고 아직 포르투와 스위스는 쓰지도 않았는데 고작 4일 있었던 베를린은 3번째 이야기를 쓰고 있다. 인터넷이 빠르니 사진 업로드도 잘되고 확실히 속도가 난다.


확실히 현 거주자와 함께 다니는 건 여행정보만 알고 찾아온 것과는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 듯하다. 사실 베를린에 대한 욕심도 없고 해서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갔었고 가서도 그냥 몇 군데 꼭 가야 할 것 같은 곳만 가고 나머진 언니만 쫓아다녔다. 근데 그게 너무 좋았다.


일단 포츠담.

이날은 날도 좋고 자전거를 빌려서 다녔다. 언니의 남자 친구가 포츠담에 살고 있어 포츠담 곳곳을 잘 알고 있는 언니 덕에 난 지도 한번 보지 않고 포츠담을 돌아다녔다. 일단 상수시 궁전(Schloss Sanssouci) 정원은 너무 예뻤다. 사실 크기가 엄청 커서 자전거 추천하는데 자전거로 맵을 보고 다니는 것이 평소 자전거 안타는 사람한테는 어떤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길을 잃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다닌다면 자전거 추천이다. 하지만 늘 빌리는 자전거들이 그렇듯 약간의 언덕만 가도 허벅지가 터지는 기분으로 페달을 밟아야 한다. 난 좋았다.

하늘 색까지 너무나 완벽했던 포츠담의 하루, 상수시 궁전


그리고 막 달리다가 언니가 이제 맥주 한잔 해야 한다면서 데리고 간 이 곳은 Brauerei Meierei라고 쓰여 있었는데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다. 하하. 근데 너무너무 좋았다. 강을 바라보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맥주인 바이젠을 마셨는데, 와, 진짜 맛있더라. 결국 여기에 2시간을 앉아있었다.

한강 아니예요. 남산타워 아니예요. 혁오 아니예요.


음, 이곳은 정말 이름을 모른다. (사진을 보니 PROSECCO인 듯하기도 하고... 여하튼 Weinmeisterstraße 역 쪽이다) 첫날 저녁에 언니가 데리고 간 곳인데 내 독일인들에 대한 인상을 완전 바꿔놓은 곳이다. 언니 말로는 베를린애들이 좀 다르다고 한다. 내 머릿속 독일인은 커다랗고 무표정하고 차가운 이미지인데 이곳 애들은 약간 미친애들 같다...ㅎㅎ 따뜻하고 자유분방하다. 길거리에 맥주를 물처럼 들고 다니는 애들이 수두룩하고 펍이나 이런데 가면 정말 자유롭게들 널브러져 논다. 편안하다.

아, 초반 사진밖에 없어서 다들 얌전히 있는것 같다만 9시쯤 되면 저 공간이 서있는 애들로 가득찬다.


그리고 마지막 날은 그래도 독일에 왔는데 학센 한 번은 먹어야 하지 않겠냐며 뮌헨 호프브로이가 여기에도 있다 해서 갔다. 사실 난 학센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족발이랑 비교하는데 어디 감히 족발이랑 비교를... 언니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 학센이 제일 낫다고 해서 그래, 뮌헨을 추억해보자며 갔는데 오 좋았다

옥토버페스트 다시 가고 싶다ㅠㅠ 학센 반마리 옆에 있는 감자떡이 맛있다. 그리고 저건 스팸같은 두꺼운 햄에 계란후라이를 얹어주는 건데 역시 이름은 모른다. 그리고 1L짜리 맥주.



마지막은 몽키바라는 곳이다. 앞에 동물원이 있어 원숭이가 보인다 해서 몽키바란다. 서 베를린 쪽에 있고 한국사람들한테도 이미 많이 알려진 곳인 것 같은데 내가 비수기 평일에 가서인지 동양인은 우리밖에 없었다. 여기 뷰도 좋고 엄청 트렌디하다. 같은 층에 있는 neni라는 레스토랑은 여의도 세상의 모든 아침과 인테리어가 매우 비슷하다. 자꾸 여기저기 가면서 서울과 비교한다. 촌스럽게.

여튼 이곳 칵테일은 매우 좋았다. 섬세한 걸 원하면 urban side에서, 본인의 와일드함을 깨우치고 싶다면 jungle side에서 고르라길래 난 당연히 정글사이드였다. 맛있었는데 와일드함이 깨우쳐지진 않은 것 같다.

옆에 있던 잘생긴 독일애가 말을 걸었는데 9월이나 10월 경에 서울로 출장온단다. 페북 연락처를 주고받는데 플필이 여친이랑 찍은 사진이길래 또 오픈 릴레이션십이 생각나서 물어볼 뻔했다. 연락하겠다 했는데 진짜 할지는 모르겠다.

몽키바의 분위기. 그리고 테라스 전경에선 폭격으로 지붕이 날아간 카이저 빌헬름 교회가 바로 보인다.


이렇게 나의 30일의 여정은 모두 끝이 났다.

한국에 유난히 돌아가기 힘든 기분이라 더 있는 것도 알아봤지만 항공편이 내 맘대로 되지 않아서 포기했다.

그냥 약간의 도피로 갔던 곳들이었는데 여행이란 것이 나한테 에너지를 주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가서 멍 때리다가 그냥 올거야 했지만 엄청 부지런히 여기저기 다니고 이것저것 많이 했다. 여행 중 생긴 충격적인 상황만 아니었다면 아마 마지막엔 불태워 놀다 왔을거다. 그게 좀 아쉽고 억울하다.



리스본, 포르투, 루체른, 베를린, 그리고 근교들. 다 다른 매력으로 너무 좋았다. 아픈 기억들이 곳곳에 서려있는 여행이었지만 나중에 너무나 아름다웠던 여행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행복한 이야기들 중심으로 기록해야겠다. 어차피 나쁜 기억은 망각으로 지워지고 좋은 기억이 추억으로 남는 게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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